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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으로 불리며 몇 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번번이 수상이 무산됐고 이번에도 딜런이 문학상을 받으리라는 예상은 그저 ‘노벨상과 관련한 오래된 농담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니까 딜런의 노벨문학상 깜짝 수상은 ‘농담이 현실로’ 된 셈이다.
하지만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며 딜런의 문학상 수상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소설가도 아니고 시를 쓰지 않은 지도 오래된 딜런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오래 전 호메로스같이 시적인 텍스트가 있었으며 악기와 함께 연주되고 공연됐다”면서 “딜런도 마찬가지이며 그는 대단한 영어 시인”이라고 답했다.
딜런은 대중음악 가사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적이면서 정치적인 깊이가 돋보이는 가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반향을 일으키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1962년 데뷔한 그는 이듬해 발표한 ‘더 프리필링 밥 딜런’ 앨범 수록곡 ‘바람에 실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얼마나 많이 올려다봐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다른 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돼야 알까.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음을. 친구여, 그것은 바람만이 알아요. 바람만이 알아요(‘바람에 실려’ 중) 모던포크의 간결한 멜로디에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이 곡으로 딜런은 1960년대 미국 저항문화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다.
국내 영문학자와 음악평론가들도 딜런의 문학성을 높게 평가하며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반겼다. ‘음유시인 밥 딜런(2015)’의 저자인 손광수 동국대 교수는 “딜런은 1960년대 반문화운동의 상징으로 기성세대와 대립하는 저항적 가치의 상징”이라며 “그의 예술은 흑인들의 민권운동과 젊은이들의 반문화·반전운동이 열어놓은 정치·사회적 격류에 탯줄처럼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딜런의 가장 큰 업적은 역시 대중음악 가사 부분”이라며 “노랫말의 수준을 엄청나게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사랑과 이별 노래 수준에 머물렀던 대중가요를 반전과 평화·세대의식 등에 대한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임 평론가는 이를 두고 “대중음악의 수준을 하루살이에서 성경으로 끌어 올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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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의 노래에 대해 ‘철학적 내용이 많아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어렵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손 교수는 “딜런의 노래는 가사만 놓고 보면 (전문 시인들의 입장에서) 난해하고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며 “이는 일반 시처럼 지면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목소리와 만나 실현될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곡 대본에 텍스트로 존재하는 연극이 무대에 펼쳐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그의 예술가적 태도 또한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조롭고 폐쇄적인 포크 문화에 싫증을 느낀 딜런은 이후 비틀스의 로큰롤에 매료돼 포크록에 도전했다. ‘포크의 순수성을 파괴한다’는 포크 신의 비판이 이어졌지만 그는 1965년 8월 꿋꿋하게 포크록 앨범 ‘하이웨이 식스티원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를 발표한다. 또 앨범 수록곡 ‘라이크 어 롤링스톤(Like A Rolling Stone)’은 신랄한 가사와 ‘6분’이라는 싱글로서는 전례 없던 파격적인 곡 길이 등 실험적인 시도에도 싱글차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딜런은 특정 장르·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켰다. 이 같은 모습은 그의 삶을 그린 영화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 2007)’에도 잘 표현돼 있다. 이 영화는 밥 딜런이라는 예술가의 다층적인 결을 표현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의 딜런 역을 피부색과 성별이 다른 7명의 배우가 연기하도록 했다. 임 평론가는 “딜런은 지속적인 활동으로 끝없는 천재성을 과시했다”며 “한때만 그랬더라면 잊힐 수도 있겠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도 계속 새 앨범을 내면서 아주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고 극찬했다.
딜런의 깜짝 수상은 노벨문학상 심사 대상의 꾸준한 확대를 의미한다는 평가도 있다. 음악작가 배순탁은 “딜런은 최근에도 계속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지만 대중음악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여기까지(후보)가 한계일 것으로 예측했다”며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줬다는 것은 기존에 소설과 시 장르에 국한된 순수성을 넘어선 파격적 선택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스웨덴 한림원이 최근 소설·시 등에 국한돼 있던 노벨문학상 심사 대상을 꾸준히 넓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벨라루스 출신의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수상자로 선정해 논픽션으로 시야를 넓힌 바 있다.
밥 딜런은 제가 학생 시절부터 익히 들어왔습니다. 특히 Blowing in the wind 는 심오하면셔도 어찌 보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언급하고 있어 뇌리에 남아있었는데요,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으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많으나 서로의 이해가 엇갈리기에 해결이 안되는 문제들로 인한 이 사회의 단면을 언급한 가사들이 한 번 흥얼거리면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만들기도 하구요.
노벨상 선정 위원님들의 사고가 유연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