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조회 수 61 추천 수 0 2020.09.12 14:09:45

우유

 

                                                                                                                            

 

 

 

이경미

 

 

 

 

 

빈 도시락 속에만 담겨져

 

꾸역꾸역 헛입질하던 내 가난에

 

이름표를 붙여준 하얀 너

 

최저소득 무료우유 급식대상

 

 

 

고소하고 희디고운 너는

 

창자를 뒤트는 설사앓이로

 

검은 속을 죄다 내보내더니

 

드디어 가난이란 이름으로

 

내 안에 턱

 

자리를 잡더구나

 

 

 

그렇게 가난은

 

자근자근 씹히면서

 

세상 밖으로 나와버렸다

 

 

 

가난도 가난만의 자리가 필요했으리라

 

나도  배고파할 자격이 있다는 것

 

네가 검은 내장을 하얗게 도배한 후

 

그때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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