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밀이의 일기

조회 수 75 추천 수 0 2020.09.12 13:19:49

어느 때밀이의 일기

 

 

이경미

 

 

 

 

‘숙식 제공 때밀이 구함’

천벌 짓고 도망쳐 든 지하 목욕탕

천년 때 밀어 보자, 엎드려 살자 했던 세월

 

 

탱탱한 년

쭈굴한 년

대학교수란 년

골목길 순대집 할메

친일파 손녀딸 년

소련년 일본년 중국년 다,

손님

 

 

몸을 만지니

속 때가 보이고

피흐름이 들리고

경락 따라 혈점 따라

퉁퉁 부은,

목욕탕 수증기 먹은 몸이

불린 때처럼 천벌을 녹여

보시가 된 세월

 

 

한국표준직업분류, 그것에 따라

더는 천한 업식이 아니라나 뭐라나

창피해하지 말고, 자부심

자부심을 느끼라나 뭐라나

참, 창피로 치면

까만 팬티 까만 브라, 챙겨 입는

내가 왜

옷 벗고 들어 온 년들이라면 몰라도

 

 

세신사(洗身士), 안 하련다

됐다

무슨 득이 된다고

30년 찾아오지 않는, 아들

하나 갖지 못한 나에게

 

 

이대로 살다가, 나

이태리 한번 가보고 죽을란다

깔깔한 타올로 문질러댄 인생

다, 이태리 타올 덕분이다

이태리 한번 가보고 자팠다

됐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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