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힐링
은파 오애숙
요즘엔 힐링이 대세다. 힐링을 순수하게 말해서 자연 치료다.
경제가 어떻다고 말하고 있다지만 그만큼 살기가 좋아진 거라 싶다.
어머니 소천후 거의 매일 친정을 간다.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서다. 가끔 시간이 없어 문제를 만든다. 과일 주스 만들어 드리고 뒤처리 못 하고 올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주스 그릇으로 문제가 생기게 된다. 문제의 주인공은 하루살이다. 어디에서 냄새를 맡고 날아 왔는지.
하루살이는 태어나자마자 24시간 동안 밥도 못 먹고 번식만 하다 죽는다고 한다. 그 때문에 한 번 등장하면 여간해서 뿌리를 뽑기가 어렵다고 한다. 한 번은 친구가 여행을 다녀왔는데 과일 꾸러미를 냉장고에 넣지 않고 다녀왔다.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여행 잘 다녀 왔냐고 반가이 맞이해 주는 하루살이로 곤욕을 치러야 했단다.
하루살이들의 반란을 일으키는 광란을 보는 듯 정도로 심각했다고푸념했다. 과일이 썩으면서 하루살이 요새가 된 것이다. 여러 날을 고생하다 뿌리를 뽑을 수가 없어 결국 퇴치하는 기관에 요청하여 수고비를 내고서 끝을 봤단다. 여름날 짧은 기간이 아쉬워 그리도 난리였는지.
몇 달 전 기사다. 2017년 5월에는 날씨가 따뜻해지자 남양주 등 남한강 인근에 예년보다 더 빨리 하루살이들이 떼로 등장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주변이 상수원 보호구역이라서 살충제로 방제 작업을 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란다. 하루살이 떼가 출몰하면 출몰하여 인근 주거지나 상가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고 한다.
밤사이 죽은 하루살이 사체 더미가 주변에 쌓이게 되어 악취를 풍기고 미관을 해치기 때문이란다. 특히 한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하루살이 떼가 강남과 압구정 인근에 떼로 출몰, 여름마다 상권에 주변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하니 여간 골칫거리라 싶다.
나 역시 시인들이 하루살이에 대해 허공을 날아다니는 모습에 대한 광란이니 광무라는 시어가 정신 곧추게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태어나자마자 24시간 동안 밥도 못 먹고 번식만 하다 죽는다고 하니. 원인을 제공한 게 잘못이지 않나 싶은 그런 날이다. 하지만 오히려 하루살이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아도 평생을 산 것이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 희로애락을 다 만끽하리라 싶다. 짧은 기간이라 슬퍼할 일도 없을 거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식물도 주변에서 사랑과 관심을 속삭여 주면 잘 자라주지 않는가. 하루살이에 비한다면 우리네 인생은 아주 긴 삶을 살아간다.
우리네 생은 독불장군이 아니다. 희로애락 속에 인연을 만들어 우정도 쌓아가고, 애틋한 사랑도 나눈다. 인생 연륜 속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우리는 그 굴레 속에서 미련 없이 살아가는 치열한 생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생이다. 한 번 왔다 가는 생! 삶 속에서 인생의 가치를 나타낼 그 무엇인가에 투자할 만한 것이 있다면 광란이라도 좋고 광무라도 좋다 싶다.
엊그제가 이팔청춘 같았는데 지천명 고지다. 빈몸으로 왔다 빈몸으로 가는 인생 녘이 되었다. 물론 백세시대라 하지만 가는 순서는 없기에 그렇지 않나 생각에 잠시 잠긴다. 주변 지인들이 곁을 하나둘 떠나간다. 잠시 세상 비문에 쓰려던 욕망에 꿈틀 거렸던 모습에서 하루살이의 광란을 보는 듯해 숙연하다. 하루살이를 제거하며 잠시 일손을 멈추고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긴다.
‘날 내려놓고. 하늘빛에 나르샤 하자’고 두 손 모은다.
어느 사이 가을 속에 청명함이 가슴을 화~알짝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