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소리

조회 수 209 추천 수 1 2021.01.29 13: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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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의 소리

 

                                                                                                        정순옥

 

 

2월의 소리는 생명의 소리다. 침묵의 대지가 얼었던 땅을 깨는 소리, 버들가지가 움을 트는 소리,  한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허파가 터져 호흡을 내 품는 소리 등. 일 년 열두 달 중 다른 달에 비해 언제나 하루나 이틀이 모자라는 달. 미완의 달 2월은 늘 부족한 삶을 사는 미숙둥이인 나를 닮은 달이다. 희망찬 새해를 노래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져 가는 달, 뛰어나지 못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나와 닮은 2. 그래도 2월은 내일의 행복을 찾아 힘차게 정진하는 생명의 소리를 품고 있는 달이다.

2월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루나 이틀 속에 신비의 보물이 숨겨진 달. 우주 만물의 생기가 응집되어 있어, 일 년 12월 중 가장 왜소한 몸집을 지녔으면서도 한 달을 거뜬히 견뎌내는 달이다. 2월은 4년마다 윤달이라 해서 29, 평달은 28일이다. 올해는 평년이냐 윤년이냐를 헤아려 볼 수 있어 삶에 흥미를 주는 달이다.

2월은 하루나 이틀 속에 신비의 보물을 숨겨 놓고 침묵으로 찾는 자에게 행운을 주는 달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진 보물을 어떤 사람들은 가슴으로 찾아내 횡재한 기분으로 즐거워하기도 하다. 월급쟁이 시절, 월급날이 빨라서 즐거웠던 생각을 하면 행복을 품은 신비의 달이 아닌가 싶다.

2월은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환호소리와 술렁이는 분위기가 사라져 가는 시기여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달이다. 또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알리는 3월을 찬미하기에 바쁜 사람들의 열광 속에서 있는 둥 마는 둥 조용히 사라져 가는 달이다. 그래도 만삭인 1월과 3월 사이에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침묵으로 2020년 동안 견뎌낸 강인한 달이다. 자존감 만은 잃지 않고 항상 창조하는 마음으로 무언가 배우는 자세로 노력하면서 살고 있기에 우주의 생기를 받아 여기까지 살아온 나와 같지 않나 싶다.

  2월은 내가 태어난 달이다. 그래서인지 연민의 정이 남달리 많은 달이다. 모든 일에 무언가 조금은 부족한 나는 다른 달과 달리 모자란 날로 된 2월에 태어나서 그러나 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월은 사랑의 빨간 심장 덩어리 동백꽃이 만발하였다가 꽃샘바람에 통째로 미련없이 떨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첫사랑의 순정을 가슴에 품고 미련없이 떨어져 버린 동백꽃 사랑의 화신이 해마다 피어나는 계절이다. 나는 미완의 달에서 행복을 찾아낸 행운아다. 한평생의 반려자인 남편도 2월에 소개를 받았으니 참으로 나와는 인연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2월은 새해의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이 있는 달이다. 옛날에는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고 한자로 써서 대문에 붙여 놓은 집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2월이 되면 방문 창호지를 새것으로 갈으시고 방문 앞에 정성스럽게 창호지 위에 먹물로 써서 붙이던 모습을 기억한다. 새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지만, 사람들은 무관심 속에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만삭 등이 3월이 되어서야 새봄이 왔다고 환호성들이다. 그래도 2월은 제 소임을 다 할 뿐 밖으로 나타내려 요동치지 않는다. 자존감이 대단한 달이다.

2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조금 덜 머물어도 불만을 품지도 않고 겸손하고 의젓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좀 모자라는 시간을 소유하고서도 당당하게 한 달을 지탱하고 있으니 대견할 뿐이다. 숨겨진 보물, 행복을 찾아 더욱더 노력하고 진지하게 세월을 맞이한다. 모든 것들이 똑같이 이루어질 수 없음과 제 나름대로 가치가 있음을 터득하고 있는 달이다. 언제나 일 년은 365일을 유지하면서 우주의 조화를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양보심을 발휘하는 어여뿐 달이다.

2월은 가끔 시린 가슴을 스쳐 가는 꽃샘 바람소리가 들린다. 혹독한 강추위를 몰아낸 바람이 잔설(殘雪)을 못 잊어 흐느끼는 소리다. 이 소리는 무소유의 뜻을 깨닫게 해 준다. 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일 때면 몸이 가벼워져 바람과 친구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바람처럼 원하는 곳이면 자유로이 어디든지 떠다니고 싶다. 나의 마음엔 방랑자의 기질이 있나 보다. 내 영혼이 거룩한 이름을 송축하며 나에게 허락해 주신 이 땅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다. 미완의 달 2월에 왜소한 몸집으로 태어났기에 내 몸을 가볍게 하는데, 필요한 욕심을 덜 소유 하는 것 같아 좋을 때도 있다.

  2월은 희망의 달이다. 하루 이틀에 숨겨진 보화를 찾기 위해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난다. 없는 것 같은 하루 이틀 속에 숨겨진 보화는 행복이다. 나만이 오롯이 마음속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 말이다. 나는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富饒)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 살고 싶어하는 소망을 품고 있으니 가장 좋은 숨은 보화를 찾아낸 사람이 아닌가 싶다. 부족한 날짜로 불평 없이 다른 달들과 같이 당당히 한 달을 유지하고 있는 2. 우주의 기운이 응집된 2월에 태어난 나는 아름답고 존귀한 자로 날마다 가슴에 행복을 품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싶다.

  2월의 소리는 생명을 품고 있다. 왜소의 달에 태어난 나는 율동적이게 콧노래를 부르며 오늘도 자박자박 인생길을 걷는다. 날마다 보이지 않는 하루나 이틀 속에 숨겨진 신비의 보화, 행복을 찾아 지구촌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희망과 함께. 나는 생명의 소리가 가득한 2월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까지 이 신비한 세상을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으련다.

 


박은경

2021.01.30 05:56:20
*.155.194.43

이월에 태어나신 정작가님의 생일 미리 축하드리며

부족함이 넘침보다 낫다는 말을 공감합니다

조용한 듯 제 자리를 지키는 이월을 축복합니다~~~

이금자

2021.02.06 12:41:53
*.147.165.102

생신 축하드립니다

 

몇년 전인가 여기 보스튼은 눈속에 집이 파묻힐 정도로 많이 와서 생일다운 생일은 못 보낸적이 있습니다

어떤날은 눈차가 와서,   그것도 2대씩 와서 ㅏ눈 치운적이 여러날 있었습니다

한 번 눈 치워주는데  40불씩 주고 있었지요,  3번이면 12불이 눈치우는  값이 나갔거던요

눈 때문에 차고문을 못열었지요.   창문을 덮어서 24시간을 불을 키고 산적이 있었으니,  지금생각하면

하나의 이야기거리가 되기도 했었답니다.

나가지는 못하고 집안에서 찍은 시진 모두 컴푸터에 옯겨 놨놨습니다.

빨간 열메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문뜩 나네요

잘 읽고 나갑니다  안녕히ㅖ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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