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중 시인의 아침편지

조회 수 282 추천 수 1 2024.07.17 19:55:13

[전상중 아침편지]

 

                                                 시련은 나의 힘

 

                                                                                             전상중 시인

 

  1990년 미국 해군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하여 진해의 해군대학에서 교관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해군본부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는데, 독일로 가서 2년 동안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 인수와 이에 대한 교육훈련의 책임자로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 해군의 최대 숙원사업은 잠수함을 보유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책임의 막중함과 임무 완수의 사명감으로 말미암아 밤잠을 설쳐가며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재래식 잠수함에 대한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독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킬(KIEL) 조선소와 잘 훈련된 잠수함 요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잠수함을 한 척도 가지지 못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독일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부러운 존재였다. 그들로부터 잠수함 인수교육을 받으면서 독일어를 영어로 그리고 다시 영어를 한국어로 통역해야 했고, 교육받은 내용을 일일이 정리하느라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였으며, 항상 그들로부터 하나의 정보라도 더 얻으려고 몸부림쳤다.

  시운전 중에는 우리가 원하는 요구조건을 만족할 때까지 독일의 기술진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도 하였고, 입항하면 밤늦게까지 서로서로 토의하고 함께 자료 정리도 하였다. 잠수함 인수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는 발틱 해에서 어뢰 발사가 실패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후속대책을 세우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2년이란 오랫동안 잠수함 승조원과 정비요원, 시험운전 요원들이 독일의 킬(Kiel), 하이켄도르프(Heikendorf), 라보에(Laboe)와 덴마크의 스카겐(Skagen)에 머물면서, 교육훈련과 시운전 및 인수에 쏟은 열정과 땀방울은 우리 해군의 잠수함 역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은 빛바랜 사진처럼 오래전의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지난날을 정리하면서 회고하는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고 자신의 부족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듯하다. 특히 독일에서 승조원에 대한 교육훈련이 오랜 기간임에도 규정상 가족과 함께 갈 수 없게 되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중간에 가족과 잠시 만나 체류한 후 이산가족처럼 생이별해야 하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전우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잠수함 인수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였으며 지금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더욱 담금질해 가면서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 온다.

  수묵화의 대가인 박대성 화백은 다섯 살 때 고아가 되었고, 한국전쟁 중에는 한쪽 팔을 잃었으며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였고 사사를 받은 스승도 따로 없었지만, 그림이 삶의 목표였으며 인생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였다. 박 화백은 한쪽 팔을 잃은 것이 나를 운명적으로 키웠다. 한쪽 팔로 먹고살 길은 화가뿐이었으니까. 내가 만일 제도권에 들어갔다면 시원치 않은 화가가 됐을 수도 있었는데, 늘 나는 잘 모른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보다 더 노력할 수 있었고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의 시련과 고난의 극복 과정을 거울삼아 항상 교만하지 않고 성실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을 해 왔지만, 항상 연말이 되면 아쉽고 후회스러운 한 해의 결산을 해 오고 있다.

  자유로워진 자신이 한없이 추락하거나 흐트러지지 않도록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려 나감은 물론 항상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것이 있다면, 새로움과 낡음이 삶에 있어 아름다움과 추함을 갈라놓듯이 늙음 속에 낡음이 있지 않고 도리어 새로움이 있어 원숙한 삶을 살아가며 더욱 농익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도록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해 나가자는 것이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지금 이 순간도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있는 장소가 어느 곳이든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책임진다는 것이 비록 힘겨운 일일지라도, 자신의 이름이 누구의 가슴에든 잊히지 않도록 언제나 변함없이 옹골찬 마음으로 두 팔 걷어붙이고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힘차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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