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사회’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조회 수 4616 추천 수 1 2015.11.06 20: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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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잘 잊는다. 매사에 싫증을 자주 느끼고 무기력하다. 지금까지 과제나 일을 한번도 앉은 자리에서 끝낸 적이 없다. 앞뒤를 따져보지도 않고 결과를 예측해 보지도 않고 어떤 일에 충동적으로 뛰어들고 쉽게 결정해 버린다. 결혼 이혼 출산 이직 등 인생의 중요한 결정도 쉽게 하는 편이다….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들의 전형적인 증상들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ADHD가 최근 들어 성인에게도 적잖이 나타나 정신과학자들이 주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일 ADHD로 국내 병·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20세 이상 성인 환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 2014년 기준 366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05년 한 해 동안 치료를 받은 성인 ADHD 환자 수가 175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0.9배가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ADHD 환자 중 20세 이상 성인 ADHD 환자 점유율도 2005년 0.8%에서 7%로 껑충 뛰었다.

성인 ADHD란 어렸을 때 겪은 ADHD가 완치되지 않아 그 증세가 성인이 돼서도 계속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2014년 기준 국내 ADHD 연령별 진료인원은 20대가 남자 1939명, 여자 636명 등 2575명으로 전체의 70.2%를 차지했다. 이어 △30대 642명 △40대 338명 △50대 69명 △60대 22명 △70대 12명 △80대 이상 8명 순서로 감소했다. 남녀 성비는 2.6대 1로 남자가 배 이상 많았다(표 참조).

그러나 국내 정신과학자들은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이며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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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는 “제대로 진단을 받지 않고 ‘난봉꾼’ 또는 ‘고문관’, ‘사회 부적응자’ 소리를 들으며 의료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는 성인 ADHD 환자가 이보다 적어도 100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소아 ADHD 환자 중 50∼65%가 성인이 된 뒤에도 과잉행동 등의 일부 증상만 완화된 채 계속 ADHD 증상을 겪고 있고 그마저도 병원을 제대로 방문하지 않아 대부분 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 ADHD 환자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충동적으로 행동해 계획성이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주의력 부족으로 업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결혼이나 이혼 같은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도 충동적으로 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성인 ADHD 환자들은 순간순간을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 회의라도 했다 하면 5분이 채 안 돼 딴짓을 하기 일쑤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반사회적 행동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적잖다.

난봉꾼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성적으로도 문란한 경우가 많다. 즉흥적인 데이트는 그나마 양호하다.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를 가질 확률도 높다. 계획 없이 아이를 낳고 돌보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이혼이나 불륜 역시 각각 2배와 4.6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인 ADHD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만약 ADHD로 인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뇌를 자극하는 대근육 및 중심근육 운동을 하루 30분씩 꾸준히 해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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