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진 "학습·기억 유전자 'Rap1'이 체중조절에도 관여"
기름으로 부쳐낸 녹두전과 동그랑땡, 짭조름한 갈비찜, 바삭한 한과 등이 올라온 푸짐한 명절 음식상을 보면 체중 걱정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찌는 사람과 달리 유전자 조작으로 '날씬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최근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14일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진은 'Rap1' 유전자를 없앤 돌연변이 쥐의 경우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일반 쥐보다 살이 덜 찐다는 것을 밝혀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후 4주 된 돌연변이 쥐와 일반 쥐에게 고지방 사료를 먹이며 6개월을 기른 결과 돌연변이 쥐의 체중이 일반 쥐의 80% 정도라는 것을 확인했다. 수컷의 경우 실험을 시작할 때 모두 20g 정도였지만 28주째에는 일반 쥐가 50g, 돌연변이 쥐는 40g 정도로 차이가 났다. 암컷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17g 정도였지만 6개월 뒤 정상 쥐는 40g 정도, 돌연변이 쥐는 30g를 조금 넘는 수준이 됐다.
연구진은 돌연변이 쥐가 일반 쥐보다 사료를 먹는 양이 적다는 것을 발견하고 식욕 관련 호르몬을 분석했다. 돌연변이 쥐의 뇌에서는 식욕을 감소시키는 'POMC'의 양은 증가했고 식욕을 증가시키는 뉴로펩티드Y(NPY)나 'AgRP'의 양은 감소했다. 또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인 '렙틴'이 쉽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연변이 쥐는 입맛이 없고 조금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그동안 Rap1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뇌에서 학습, 기억의 기능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에서 체중을 조절하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추가로 알아낸 것이다. 연구진은 일반 쥐에서 Rap1 단백질의 기능을 막아 주면 돌연변이 쥐처럼 체중이 준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를 진행한 마코토 후쿠다 베일러의대 교수는 "Rap1이 비만 치료제의 새로운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