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의 시절 ㅣ 이훤
전부 어디로 갔을까
나무가 탁자로 변해가는 동안 질렀던 비명은
몸에 새기던 바람의 얼굴들은
홀로 싸우던 밤의
속삭임은.
살을 버려가며 성취된 새 자격과
피 같은 투명
시를 지을 때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잘라냈나
가로로 누워버린
세로의 세월이여
부끄러워 않기로 해 수평을 탐냈던 날들
자세를 지키는 일은
자세보다 어렵고
헌 숲이 저무는 꿈을 꾼다
버리지 못한 문장을 여태 붙든 나에게 수직으로 서 있는
한때의 위안과
너무 빨리 잊은 표정들
내일이 오면 그곳에 있던 자격
꼿꼿했던
직립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