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의 시절

조회 수 1312 추천 수 0 2016.08.19 21:03:35
 
 
 
직립의 시절  ㅣ  이훤 
 
 
전부 어디로 갔을까
나무가 탁자로 변해가는 동안 질렀던 비명은
몸에 새기던 바람의 얼굴들은
 
홀로 싸우던 밤의 
속삭임은.
 
살을 버려가며 성취된 새 자격과
피 같은 투명
 
시를 지을 때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잘라냈나
 
가로로 누워버린 
세로의 세월이여
끄러워 않기로 해 수평을 탐냈던 날들
 
자세를 지키는 일은 
자세보다 어렵고
 
헌 숲이 저무는 꿈을 꾼다
 
버리지 못한 문장을 여태 붙든 나에게 수직으로 서 있는
한때의 위안과
너무 빨리 잊은 표정들
 
내일이 오면 그곳에 있던 자격
 
꼿꼿했던
직립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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