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

조회 수 1987 추천 수 0 2016.08.30 09:28:55


한 알


                                   은파


백 개도 넘게

뿌렸는데도

건진 건 한 알의 씨


우짠 일인고

마음 미덥지 않았으나

작은 한 알의 씨


자연법칙에 썩더니

갈맷빛 안겨준 그 한 알로

청아하게 하는 심신


신선한 바람 타고 온

그 한 알에 아침 창 열어

한 알 되자 가슴 일렁이네



오애숙

2016.08.30 13:47:45
*.3.228.204

시작노트

===============


호박이 한 상자 들어와

호박을 잘라 말리고는

씨앗 뜰에다 그냥 부었다

호박이 나든 안 나든 간

그렇게 수개월 지났고


뜰에는 재료로 쓰고 남은

파를 심어놨더니 싹이나

파릇파릇 봄 전령사역의 파

봄철 내내 죽만들 때 쓰고

이웃의 푸짐한 나눔장 되었네


허나 메뚜기도 한 철이라더니

나무대롱처럼 이 쑤시기라

거름으로 묻으려 자르는데

옆에 돋아 난 신기한 파란싹

며칠 후 살펴보니 호박순


척박하지 않은 기름진 땅에

옮겨 심고 정성을 드렸더니

제법 숲 이뤄 갈맷빛 물결쳐

푸른 숲 이렇게 좋은 거구나

자연의 법칙에 경이로웠네


한 알이 그대로 있으면

정말 한 알 그대로이지만

한 알이 썩으면 열매로

30배 60배 100배의 맛보며

눈앞에 반짝인 오후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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