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간호사의 손

조회 수 630 추천 수 1 2022.06.20 11: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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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

 

                                                                                  정순옥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은 정성으로 환자를 보살필 때의 손이다. 아름다운 손은 많다. 두 손 모아 신()에게 간구 하는 손, 자녀를 보살피는 손, ……. 아픈 사람을 보살피는 간호사의 손이라고 말하고 싶다.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라 불린다. 정말이지 흰옷을 입은 인간천사가 되어야 하는 직업이다. 사명감으로 사랑 품은 마음으로 전문적인 간호지식을 발휘할 때 귀중한 한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이 된다. 내 손이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이었으면 좋겠다.

  간호사의 손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대변 소변 피고름 가래 등 몸에서 나오는 더러운 배설물들을 깨끗이 씻어내는 참으로 아름다운 손이다. 많은 종류의 의료진 중에서도 남이 하기 싫은 허드렛일을 거리낌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충실히 할 수 있는 사람은 간호사다.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이 닿는 곳은 지저분한 불순물도 깨끗하게 정화된다. 심하게 살이 썩어 가는 욕창 환자를 치료하고 간호해 줄 때는 구역질을 하면서도 지독한 냄새를 참아내야 한다. 돌발적인 사고로 정신병자 환자에게 얻어맞는 예도 있다. 전염병 환자를 간호할 때는 자신이 감염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투철한 사명감으로 간호한다.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간호해 주는 손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간호사는 크림전쟁 때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등불을 든 여인/The lady with lamp”로 불린 유래로 발전 계승해 오고 있다. 간호학교에서 하는 촛불선서식은 간호사가 되기 위한 이론과정을 마친 후 환자를 직접 간호하는 임상 실습으로 들어가기 전 한다. 선서식 때 손에 촛불을 들고 하얀 가운을 착용하는데, 주변을 비추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이웃을 따스하게 돌보는 간호정신을 상징한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온 힘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라는 선서식을 한 후 간호사가 되어 환자를 전문적으로 간호하게 된다. 나는 흥분과 떨리는 마음으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하여 한평생을 병든 환자를 보살핀다. 이제는 머지않아 내가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이 필요할지도 모를 시기다.

  반세기가 되도록 환자를 간호해 왔으니 대단한 숫자다. 현지에서 가능한 파트타임까지 해서 엿가락처럼 시간을 늘리면 아마도 내 나이만큼 임상에서 환자 간호를 해 온 것 같다. 어쩜 지겹다는 생각도 없이 평생 같은 전문직에 종사해 왔는지 나 자신도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나는 촛불을 들고 나이팅게일 서약을 한 후, 한국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를 시작해 수간호사를 지냈고 1978년 미국 이민을 왔다. 그 시절은 나라 경제가 어려웠고 좀더 잘 살아 보자고 선진국인 미국이민 붐이 일어나던 때였다. 나도 생의 희망을 안고서 미국 유학을 꿈꾸던 남편과 함께 간호사 취업이민을 했다.

현지에서 L V N (Licensed Vocational Nurse) 자격증을 획득해 일하면서 정식 간호사 공부를 다시 복습하기 시작했다. 남들은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자격증을 나는 해마다 두 번씩 있는 면허시험 응시에 8년째인 16번 만에 정식 간호사 자격증을 땄다. 고통스럽던 몸과 마음도 간호사 자격증 앞에서 사라지고 행복한 순간을 가졌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참 많이 흘렀다. 나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한평생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은 사람이 생사를 넘나드는 곳에서 바쁘게 움직일 때가 잦다. 응급실에서 수술실에서 부분별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습득 과정을 거친 간호기술로 숨을 쉴 수 없는 사람에게 산소 호흡기를 끼워 숨을 쉬게 하고 피를 흘리는 사람에게 붕대를 감아 지혈시켜 준다. 심장 박동이 멈춘 사람에겐 자기 숨을 불어넣어 주어 가며 심폐소생술을 하여 생명을 살려내기도 한다. 신생아실에선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여린 생명을 아주 조심스럽게 돌보는 간호사의 손. 진물이 줄줄 흐르는 피부를 소독하고 치료해 주는 손. 약을 주고 주사를 놓아주는 손. 환자가 통증에 시달릴 때는 머리에 손을 얹고 함께 아파하는 손. …… 간호사의 손은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나 질병이 있는 환자를 전인 간호를 하는 아름다운 손이다.

  나는 생각해 본다. 내가 아파서 간호사의 손길이 필요할 때 원하는 간호사처럼 내 평생 간호사 업무를 충실히 했었는가를-. 가끔은 미흡하고 의무적으로 간호사 노릇을 했을 때도 있겠지만, 인간적인 사랑 품고 환자를 보살펴 주었음은 분명하다. 요즈음 코로나 -19 역병시기를 지나면서 나는 두 번이나 환자를 간호하다가 감염환자가 되었다. 무서운 전염병 환자도 위험을 감수하며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사명감 있는 간호사임을 느끼면서 스스로 마음 뿌듯할 때도 있다. 환자가 죽음 앞에서 신음과 함께 간호해 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말로 눈빛으로 표현 할 때면 내 가슴이 무척 아파져 옴을 느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사람들의 임종을 맞이하게 될 때는 나는 기도하는 성직자의 마음이 되기도 한다.

나는 간호사 취업이민을 와 미주한인 이민 1세로 열심히 살아왔다. 은퇴 간호사로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남은 인생은 어떤 희망을 품고서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내 눈에 보이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촌 아픈 영혼들을 위해서도 간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시간은 나도 심신이 아프면 누군가의 돕는 손길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며 또 다른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을 그린다. 평생토록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을 가지고 병든 자를 간호 하고자 노력했던 주름진 두 손을 훑는 나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유진왕

2022.07.20 09:42:30
*.217.28.137

멋진 글입니다.

멋있는 일이고...

님의 헌신과 봉사로 이 세상이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순옥

2022.07.23 13:32:48
*.48.176.2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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