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때 불렸던 '애국가 11편' 필사본 찾았다
조선일보
- 1917년 기록된 애국창가집 발굴
김연갑씨 29편 본지에 공개
애국가 8편 가사는 첫 발견… 안창호 쓴 '긴 날이 맛도록' 수록
'동해에 돌출한/ 나의 한반도야/ 너는 나의/ 조상 나라이니/ 너를 사랑함이/ 오직 너뿐일셰.'(제4번 애국가)
‘애국창가집’의 표지(위)와‘긴 날이 맛도록’으로 시작하는 안창호 작사 애국가가 필사된 부분.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일제의 폭압에 맞서 독립을 외쳤던 1919년 3·1운동 당시 사람들은 '만세'만 불렀던 것이 아니라 10여종의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 '어화 우리 동포졔군/ 죽은 후에 지옥 간다/ 졍신차려 애국하세'(제9번 애국가)처럼 전통적인 4·4조 가사체부터 '만왕에 왕 우리 하나님끠셔는/ 셰계들을 창립하옵실때에/ 아 대한졔국이 비록 젹대래도/ 오날까지 특별 사랑하셧네'(제5번 애국가) 같은 기독교 찬송가식 노래까지 그 형식도 다양했다.
당시 현장에서 불렸던 것으로 보이는 애국가 11편과 애국 창가(唱歌) 18편을 적은 필사본 '애국창가집'이 발굴됐다. 이 중 애국가 8편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이다. 애국가 연구가인 김연갑 사단법인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최근 입수한 이 자료를 14일 본지에 공개했다.
가로 10㎝, 세로 16㎝의 공책에 모두 72쪽을 세로로 쓴 이 필사본은 속표지에 필사 연도를 1917년이라고 기록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현 애국가를 제일 처음에 쓴 뒤 '산고수려 동반도는'(2번·김인식 작사) '긴 날이 맛도록'(3번·안창호 작사)의 순서로 수록했다. 애국가 11편 중 '한반도 강산 우리 대한은'(8번) '동포들아 동포들아'(11번) 등 4~11번 노래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이다.
김 이사는 "일제 강점기 '애국가'란 이름으로 애창됐던 노래를 이렇게 많이 수록한 자료는 처음"이라며 "3·1운동 당시 민중이 부른 다양한 애국가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910년 이후에는 애국가를 수록한 출판물이 나올 수 없었고 해외 발행 출판물의 국내 유입도 불가능해 실제로 국내에서 불리는 것을 수집 정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총독부 기록 등에는 '만세 시위 때 군중이 애국가를 불렀다'고만 했을 뿐 가사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김 이사는 "이 자료에서 애국가가 수록된 차례는 당시 민중이 선호하던 순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노래 '올드 랭 사인'의 곡조를 붙여 부르던 현 애국가가 3·1운동 때도 널리 불렸다는 것이다.
현 애국가의 작사자는 윤치호설(說)이 정설에 가까운 가운데 안창호설(說)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이번 자료를 보면 안창호 선생은 다른 애국가를 작사한 게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긴 날이 맛도록/ 생각하고/ 깁흔 밤 들도록/ 생각함은/ 우리나라로다'로 시작하는 3번 애국가의 경우 1908년 2월 안창호가 일본에서 발행된 '태극학보'에 발표했다는 가사와 같은데, 실제로 국내에서도 불렸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이 자료로 인해 그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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