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노래

조회 수 5631 추천 수 3 2015.07.17 08: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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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아픈 노래 


                                                    
                                                                                                                  남 중 대

 

 

  해마다 6월이 되면 동족상잔의 비참했던 6·25전쟁을 상기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전몰장병들의 희생을 기리며, 전국 각처에서 잊지 말자, 잊어서는 안 된다며 기념식을 하고 있다. 나는 6·25전쟁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어린 나를 등에 업고 무작정 서울을 떠나야 했던, 부모님의 피난살이 이야기를 수십 번이나 듣고 또 들어 알 수 있다.
  그때 겪어야 했던 그 피비린내 나는 전쟁사는 소설처럼 들리기도 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어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 군 복무의 의무를 마쳤다면, 이 가슴 아픈 노래를 한 번쯤은 불러 보았을 것이다.
  전선에 나가보지 않았더라도 무엇을 담고 있는 노래인가를 잘 알 수 있다. 한여름 갑작스러운 소나기 같이 마구 쏟아지는 적군의 총탄에, 생사를 같이해온 전우는 한마디의 마지막 말도 남겨 놓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6·25전쟁은 776,360명(국군+유엔군)의 전사자와 천만 명의 부모 형제자매를 이산가족이라는 아픔과 고통으로 갈라놓고 말았다. 547,904명의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수많은 인명피해와 측량할 수 없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불러왔던 지루한 전쟁이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처참하고 끔찍한 전쟁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치열했던 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고향에 돌아온 구순(九旬)이 내일이라는 백발의 노병을 만나 보았다. 앞 가슴팍에 걸려있는 빛바랜 작은 훈장을 쓰다듬는다. 절뚝거리는 한쪽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하고, 3년간의 그때 그 전쟁을 그려보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기억 속에서 흐려져 가는 전우의 마지막 아픔을 어루만지며, 역전의 용사는 이 가슴 아픈 노래를 목메어 불러 보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의 물길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샌프란시스코 포구를 가로 지르고 있는 다리가 하나 걸쳐 있다. 1937년, 6년간의 공사로 완공된 1.7마일의(2.7km) 길이와 746피트(227m)의 높이를 자랑하며 뽐내고 서 있다. 한 폭 그림 같은 금문교(Golden Gate Bridge)다. 소문난 곳답게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추억의 사진 속에 꼭 담아간다. 바로 그 금문교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6·25참전용사 국립묘지(Presidio of San Francisco)가 있다. 2,273명의 유해가 긴 세월을 차가운 돌비석이 되어 말없이 나열하여 서 있다. 이름 모를 산골짝 낯선 전장에서 오직 하나, 세계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젊음을 바친 영령들이 잠자며 쉬고 있는 곳이다.
  전쟁이 휴전된 지 65년이 지나간다. 다 피지도 못하고 떨어져 간 꽃잎들, 그들을 잊힌 전쟁의 영웅들이라고 불러주고 있다. 용감히 싸우다 쓰러져가는 전우를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괴로움과 미안함이 아직도 한마음 가득 남아 있다. 지금의 세대들이 누리고 있는 이 행복은, 전쟁의 영웅들이 값없이 흘려준 피의 대가임을 알게 해야 한다. 1년 후 6월 25일이 되면 한국전쟁 참전기념비가 준공될 예정이다.
  이제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고마움을 역사적인 기념물로 높이 세운다는 사실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후세들에게 전해주고자 결단한 것이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 오고, 찾아 주는 이 없어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 기념비가 ‘전우야 잘자’라는 가슴 아픈 노래로 위로해주며 오래도록 지켜줄 것이리라.

                                                                                                            -2015년 7월 11일 기념비 기공식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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