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남중대
2016년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부모·형제는 물론, 이웃과 친지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담은 마음을 주고받는 인사다. 예쁜 연하장(카드)에다 정성으로 복을 빌어 주기도 한다. 그런데 문명의 이기가 발달하면서 이런 사랑의 정을 나누는 방법이 바뀌어 가고 있다. 인터넷으로 스마트폰으로 아주 쉽게 새해 인사를 주고받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에 얼마나 빠르고 편리한지 모른다. 세상 참 좋아졌다고들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네 이민생활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 떠나온 고향에서 벌어진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동해로 이어가는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았다는 것이다. 검푸른 바닷물을 헤치고 붉게 떠오르는 새해 새 아침의 밝은 해를 맞이하기 위해 몰려가는 발길들 때문이다. 멀리는 서울에서부터 내륙 각처에서 밤을 새워 달려간다. 호랑이 꼬리로 잘 알려진 곳, 바로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228번지의 ‘호미곶 해맞이 광장’이다.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는 곳이다.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새해 첫날, 새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소망을 빌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변함없이 떠오르는 아침 해다. 그러나 새해 새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16세기 조선조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로 잘 알려진 남사고가 저술한 ‘산수비경’에서, 이곳을 풍광이 매우 좋다고 역설 한 곳이다. 한반도를 백두산 호랑이가 연해주를 앞발로 할퀴는 형상이라고 한다. 백두산은 호랑이의 코가 되고, 호미곶은 꼬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천하의 명당이라고 한다. 이런 곳에서 새해의 소망을 간절히 기원하게 되면, 꼭 이루어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어떤 소망을 비는 것일까? 아마도 그 첫째는 건강을 기원할 것이다. 건강을 잃는다면 천하를 준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모님 아내 남편 자녀의 건강을 간절히 기원했을 것이다. 그 두 번째 소망은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최고라는 우스운 말이 있다. 사업의 번창과 좋은 직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기를 기원할 것이다. 풍족하고 안정된 재정으로 가계부가 살찔 때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 세 번째의 소망은 나라를 위해 기원했을 것이다. 위정자들의 올바른 민주정치가 이루어질 때, 복지국가로 선진대국의 반열에 당당히 설 수가 있을 것이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에는 1999년 6월에 새천년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원하며 세워둔 ‘상생의 손’이라고 이름 붙여진 조형물이 서 있다. 높이 18.5미터, 무게 18톤의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손바닥을 펼친 멋진 모습으로, 솟아오르는 동해의 아침 해를 맞이한다. 육지에는 왼손, 바다에는 오른손으로, 서로 돕고 살자는 깊은 뜻의 화해와 상쇄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한다. 소통과 화합, 안정과 번영의 힘으로, 꿈에도 소원인 평화통일의 밝은 날도 밝혀 줄 것이다. 이 모두가 7천만 우리 민족이 바라는 새해 새 소망일 것이다.
고향산천을 떠나 이국만리에서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새로운 삶의 텃밭을 내어줌에 감사하며, 모든 면에서 안정되고, 복된 새해가 되기를 소망할 것이다. ‘지난해의 묵은 찌꺼기 다 떨쳐버리고, 새해에는 건강하고 희망이 가득하게 하소서, 자신에게 정직, 친구와는 우정, 가정에는 화목, 사회에는 신뢰, 나라에는 평화가 깃들게 하소서. (’새해의 기도 ‘시인 이제민) 새 소망의 새해 달력을 책상 앞 벽에 걸면서, 2016년도 만사가 무탈하기를 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