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복숭아 밭에 새긴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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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8.2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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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우 영(작가. 대전중구문학회 회장)


 □ 들어가는 시


 벌써 몇 구비의 산을 넘었더냐/ 벌써 몇 갈래의 강을 건넜더냐/ 그토록 지친 모습으로/ 울며불며 떠나야 할 거면/ 뒤돌아보지 말고 가거라/ 다시 아침이 오면 거짓말처럼/ 밝게 웃겠건만/ 그 산과 그 강을 건너/ 여기까지 오는 동안/ 붉게 물든 가슴을 쓸어 내렸던가!/ (中略)
                                                                 - 김일호 시인의 시 ‘노을에 젖다’ 一部


 위 시는 세종특별자치시 문인협회 ‘달빛 김일호’ 회장의 시 '노을에 젖다'일부이다. ‘노을에 젖다’ 첫시집 120여 페이지에는 달빛이 틈틈이 써온 주옥같은 시 80여 편이 녹아있다.
 
 김 시인은 일찍 조치원에 삶의 둥지를 틀었다. 전국 최장수 동인지 '백수문학'을 통해 문단활동을 시작, 1991년 문학세계사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조치원을 지키면서 토착문학의 전국화를 시도하는 등 충남문인협회 지역 이사·엽서문학 창립동인·한국예총 세종시연합회 자문위원·세종문학동인회장과 소금꽃 시동인회장을 있으며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토박이 올 곧은 시인이다.


 1. 조치원 복숭아 밭에 새긴 우정
 
 지난 직장생활 30여년중에 교육분야에서 몇 년 근무를 했다. 지금은 세종시로 바뀌었지만 2003년 당시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명리에 있는 조치원 명동 초등학교(鳥致院 明東 初等學校)에서 근무를 했다. 명동초등학교는 지난 1947년 개교한 70여년의 전통있는 조치원읍 동네의 학교이다.


 지금으로 부터 아득한 14년 전 일이다. 그 당시는 대전에서 열차로 통근하며 ‘이렇게 먼 곳 까지 다녀야 하는가?’ 하는 자괴심을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이 교육경력이 지금의 대학 출강에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고 있으니…? 그래서 사람 팔자 모른다는 옛 사람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대전역에서 열차를 타고 조치원역에 내려 학교가 있는 명리까지는 20여분 걸어야 한다. 역에서 학교에 가는 길목에서 푸른 제복을 입은 학생들과 부딛치며 건널목을 건너 시장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동네 한가운데에 있는 아늑한 명동초등학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재직중 운동회 때는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달리고, 소풍갈 때는  버스로 이동하며 선생님들과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참 즐겁고 보람되게 지냈다. 복숭아가 익는 계절에는 밭에도 몰려가 싱긋한 복숭아를 한 입 깨물며 웃곤 했다.


 몇 년 전 부터 당시 학교에 근무했던 교직원들끼리 1년에 몇차례 모여 식사를 한다. 그러면서 당시 학교에서 근무하며 울고 웃었던 에피소드를 건넨다. 그리고 자식들 혼사문제와 취업 등 다양한 이야기 나누는 친목모임이다.


 지난 주말 조치원 어느 식당에서 교직원들과 식사를 하는데 미래의 올곧은 세종시 교육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중부대학교 최태호 한국어학과 교수님이 동석하여 그 의미가 더 깊었다.


 우리는 식사 마치고 통키타 치며 노래를 합창했다. 모처럼 만난 옛 동료들간 조치원 복숭아 밭에 새긴 우정을 나누었다. 예쁜 음악 선생님이었던 정재순 교사의 노래솜씨는 여전히 윤기가 흘러 박수를 받았다. 노래를 통한 화합 한마당을 보면서 문득, 독일의 ‘괴테’ 시인의 말이 생각이 났다.


 “세상에서 해방되는 것은 예술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또한 세상과 확실한 관계를 갖는 데에도 예술을 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


 2. 동네 학교 마을회관 경로당 방문 위안공연


 식사를 마친 일행은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에 가기 위해서 조치원 시장을 따라 명리마을에 갔다.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며 지난시절 추억을 더듬었다. 당시 학교 운영위원장님이었던 민영욱 회장님이 말한다.


 “김 교수님 기왕 가져온 통키타를 가져왔으니, 여기 마을회관에 가서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위문공연을 해주고 갑시다!”


 옆에 계신 신영시 교장 선생님도 덩덜아 응수를 한다.


 “조오치요. 동네 어르신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갑시다.”
 “…… 그, 그럴까요?”


 얼결에 동네학교 상2리 마을회관을 방문 류창환 이장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이드신 할머니들과 어울렸다. 흘러간 옛 노래를 함께하는가 하면 같이 손을 잡고 춤을 추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서편으로 해가 저무는지 경로당 빨래줄에 노을이 빠알갛게 걸치고 있었다. 오는 10월 문화의 달에 공연팀과 같이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마을회관을 나왔다.
 
□ 사람을 젊게 하는 여헹


 민영욱 회장님이 마련한 승용차로 조치원역에 도착 서대전행 기차표를 들고 플렛트홈에 내려섰다. 잠시 후 저만치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숨 가쁘게 들어온다. 오가는 여행객들 사이를 비집고 기차에 올랐다. 피곤한 심신을 의자에 깊숙이 밀어 넣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늘 ‘조치원 복숭아 밭에 새긴 우정’을 조용히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이 둘 있다. 하나는 사랑이요, 또 하나는 여행이다. 젊어지기를 원하느냐? 될 수 록 여행을 많이 하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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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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