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동안 8번. 피아니스트 백건우(69·사진)가 2007년 12월 베토벤을 연주한 기록이다. 그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일주일 동안 매일 연주했다. 이틀째는 하루 두 번 무대에 올랐을 정도의 장정(長程)이었다. 이후 백건우와 베토벤은 한동안 짝을 이룬 키워드였다.
그 후 백건우의 베토벤을 들을 수 없었다. 백건우는 한 작곡가를 골라 오랜 시간 연구하고 파고드는 피아니스트다. 베토벤 이후 그는 슈베르트·브람스에 빠져들었다. 소나타·협주곡으로 국내 청중을 만났다.
그가 8년 만에 다시 베토벤을 꺼내들었다. 26·2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협주곡 3·4번을 각각 연주한다. 드레스덴 필하모닉(지휘 미하엘 잔데를링)과 함께하는 무대다. 이틀 연속 곡목을 바꿔가며 베토벤의 세계를 다시 풀이한다.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백건우는 1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베토벤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작품 곳곳에서 상상도 못할 음악의 혁신을 보여주는 베토벤은 탐험할수록 신비한 작곡가”라며 “내년 칠순이 되기 전에 베토벤의 세계를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월 다시 내한해 뮌헨 필하모닉(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과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면서 베토벤의 후반기 협주곡 시리즈를 완성한다.
한 작곡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이유는 “작곡가의 세계를 통째로 보기 위해서”다. 그는 “따로 떨어뜨려 연주하면 하나의 작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원래 베토벤 협주곡을 한 곡만 공연할 때도 5곡 전부를 동시에 공부하는 방식으로 연주해왔다”고 설명했다.
9월 독주회에서는 스크리아빈의 세계를 탐구한다.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러시아 작곡가다. 그는 “한 작곡가를 들여다보며 연주하는 방식에는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시각을 넓히기 위해 늘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