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한남대 강사 분석…"외래어 사용 최다"
길을 걷다 보면 상호를 알리기 위한 각양각색의 간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간판을 읽어보면 외국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외래어투성이임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한 대학가 간판을 분석해보니 순우리말(고유어)로 쓰인 것은 10개 중 1개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우리말 연구 학회인 외솔회에 따르면 김진희 한남대 교양융복합대학 강사가 지난 8월 20일∼9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역 일대 간판 608개의 자료를 수집해 표기실태를 분석한 결과 고유어를 사용한 간판은 72개(11.8%)뿐이었다.
가장 많은 204개(33.6%)가 외래어로 돼 있었고, 혼용어 192개(31.6%), 한자어 140개(23.0%)가 뒤를 이었다.
혼용어 중 고유어와 한자어의 조합은 100개, 고유어와 외래어의 조합은 36개, 한자어와 외래어의 조합은 47개, 고유어·한자어·외래어의 조합은 9개로 집계됐다.
외래어와 외래어가 포함된 혼용어 간판을 더하면 거의 반수에 가까운 296개의 간판에서 외래어가 사용된 셈이다.
업종별로 보면 교육·문화업종의 간판은 한자어와 외래어 비율이 각각 31.3%로 가장 많았다. 고유어는 12.0%에 그쳤다.
의료는 한자어 비율이 59.5%로 가장 많았고, 외래어 16.2%, 고유어 13.5% 등의 순이었다.
의료·미용·액세서리는 외래어 비율이 각 75.0%·47.5%·38.5%로, 고유어 비율(0%·10.2%·15.4%)을 크게 압도했다.
술집은 외래어 비율이 54.8%로 고유어(7.1%)의 8배, 다방은 외래어 비율이 73.2%로 고유어(12.2%)의 6배, 오락은 외래어 비율이 50.5%로 고유어(6.3%)의 8배에 달했다.
다만 식당은 외래어와 고유어의 비율이 각각 17.0%와 18.0%로 비슷한 대신 고유어와 한자어를 조합한 혼용어 비율이 38.1%로 가장 많았다.
김 강사는 "간판 상호 언어에서 외래어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혼용어, 한자어, 고유어 순으로 이어진다"며 "외래어의 경우 표기 오류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간판 상호 언어의 실태에 대한 고찰'은 569돌 한글날(10월 9일)을 기념해 오는 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외솔회 주최 '제7회 집현전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