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에게 쓴 편지 등 정조어필한글편지첩
18세기 국어사 연구 가치
정조(1752~1800)가 쓴 한글 글씨와 편지를 모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이 처음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 편지첩과 함께 '곤전어필' '김씨부인한글상언' 등 왕실 관련 필사본 3편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현대어로 풀어 쓴 <소장자료총서>를 21일 발간한다.
현재 원문이 공개된 정조의 편지들은 대부분 한문 편지다. 한글 편지 가운데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이 유일하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2002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전시 때 3점이 공개됐으나 전체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글박물관은 지난 10월 개관에 앞서 올해 초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편지첩 전체를 입수했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정조가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혜경궁 홍씨의 큰오빠 홍낙인의 처)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첩이다. 원손 시절부터 재위 22년(1776~1798)까지 쓴 예필(세자나 세손 시절에 쓴 글씨) 2점과 예찰(세자나 세손 시절에 쓴 편지) 6점, 어찰(왕 즉위 후 쓴 편지) 8점 등 총 16점이다. 이 가운데 예찰 2점과 어찰 1점이 2002년 공개됐던 것이고 나머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령대에 따라 정조의 한글 필체 변화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왕실 편지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어 18세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이 족건(버선)은 저에게 작사오니 수대를 신기시옵소서"(위 사진), "마마께서 생일 음식을 해 주셨는데 혼자 먹지 못하여 음식을 조금 드리오니 잡수시기 바랍니다"(아래) 등 큰외숙모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곤전어필'은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1753~1821)가 한글로 쓴 어필이다. 효의왕후 김씨가 조카 김종선에게 한문으로 된 <만석군전> <곽자의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자신이 한글로 옮겨 쓴 것이다.
'김씨부인한글상언'은 서포 김만중의 딸인 김씨 부인(1655~1736)이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한글 탄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