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아
정순옥
나의 사랑아! 그리움을 타고 오는 나의 사랑아. 내 가슴에 닿아 행복을 주는 사랑아. 심장에 파고들어 용트림하는 사랑아.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데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사랑아. 천국과 지옥을 품고 있는 너. 때로는 감미롭고 달콤하게 때로는 씁쓸하고 슬프게 때로는 아프고 애달프게 찾아오는 사랑아. 영원히 함께할 나의 사랑아!
봄날에 찾아오는 나의 사랑아! 아지랑이 타고 너울너울 찾아오는 오는 너, 나의 사랑아. 소쩍새 노랫소리 타고 설레는 가슴으로 달려오는 사랑아. 눈 부신 햇살을 타고 눈이 부시게 찾아오는 사랑아. 터질 것 같은 꽃봉오리로 가슴에서 피어나는 사랑아. 샛노란 개나리꽃물로 가슴을 물들이는 사랑아. 연분홍 진달래꽃 향기를 그리움에 젖은 가슴에 뿌려 대는 사랑아. 꽃비 속에서 안타까워 눈물 흘리는 너.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 사이로 살포시 찾아오는 사랑아. 지독히 보고 싶을 땐 노랑나비 되어 나풀나풀 내 곁을 맴도는 너. 싱그러운 연두색 풀잎 속에서 오색 찬란한 꽃잎들 속에서 희망을 보게 하는 나의 사랑아. 물결 치는 보리밭 사이로 하늘하늘 나를 향해 달려오는 사랑아. 촉수를 흔들며 나를 향해 느릿느릿 다가오는 달팽이 같은 사랑아. 언덕배기 보랏빛 제비꽃 속에서 보드랍고 세미한 음성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너. 빨랫줄에 널려 있는 빨래들이 하늬바람에 흩날리는 틈새에서 살짝이 미소 짓는 사랑아. 온갖 소리로 빛깔로 향기로 나를 휘감고 도는 너, 나의 사랑아.
여름날에 찾아오는 나의 사랑아! 뜨거운 햇살 타고 찾아오는 너, 나의 사랑아. 폭풍 속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 빗줄기 사이로 나를 찾아오는 사랑아. 강가에서 낚싯대를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처럼 나만 바라보고 있는 나의 사랑아. 한여름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신비한 언어로 속삭이는 너. 산 너머 메아리 타고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잊지 못할 나의 사랑아. 여름 초록빛 바닷물 속에서 철모르고 첨벙거리며 헤엄쳐 오는 사랑아. 오수에 빠진 나에게 매~엠~맴 매미 소리 타고 귓가로 찾아오는 사랑아. 빨간 장미꽃 향기로 내 코끝을 스치는 사랑아. 느티나무 그늘에서 나른한 정서로 나를 맞이하는 사랑아. 때로는 용트림하면서 세우는 꽃대 속에서 환희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사랑아. 시시때때로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 불길을 타고 찾아오는 너. 정렬의 탱고 속에서 황홀한 인생을 노래하는 사랑아. 가끔은 날카로운 나사 이빨 되어 가슴을 한없이 파고드는 너, 나의 사랑아.
가을날에 찾아오는 나의 사랑아! 주렁주렁 매달린 감처럼 주홍빛 얼굴로 나를 반기는 너, 나의 사랑아. 파란 하늘 뭉게구름 두둥실 타고 와 나를 껴안는 사랑아. 갈대처럼 바람에 머리카락 흩날리며 달려와 뼛속까지 외로운 가슴에 안기는 사랑아.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묻혀 내 마음을 사로잡아 가는 너. 찬 서리에 알록달록 단풍 되어 슬픈 추억 보듬고 우수수 떨어져 몸부림하는 사랑아. 싱그럽고 달콤한 빨강 사과로 혀끝을 감미롭게 하는 사랑아. 웬일인지 화려한 불빛 그늘에 숨어 나를 서럽게 울리는 사랑아. 깊은 산 속 옹달샘에서 동그라미 얼굴로 나타나다 쓸쓸히 사라지는 사랑아. 풍성한 보름달 속에 담겨 있는 사랑아. 신명 나는 풍물놀이 속에서 무희 되어 춤추는 사랑아. 각종 열매를 걷어 드리며 수확의 기쁨에 들떠 있는 농부 피부 촉각에 깃들어 있는 사랑아. 코스모스 꽃에서 달콤한 꿀을 따는 꿀벌 가슴에 묻힌 너.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잇대어 주는 시간과 세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사랑아. 때로는 짭짤한 소금물 같은 눈물에 섞여 내 뺨을 흘러내리는 너, 나의 사랑아.
겨울날에 찾아오는 나의 사랑아! 하늘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하얀 함박눈 타고서 나를 찾아오는 너, 나의 사랑아. 곧고 푸른 대나무 이파리들이 내는 슬픈 소리에 흔들리는 문풍지 틈새에서 속삭이는 사랑아.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 향기를 내 붉은 심장에 뿌리며 선혈을 토해내는 너. 입을 열면 하얀 수증기가 너의 입술을 생각나게 하는 사랑아. 기나긴 겨울밤, 꿈길 따라 너를 찾아 떠나면 어느새 나를 찾아 달려오고 있는 나의 사랑아. 거룩한 고독을 품고 긴긴 세월 외롭게 가슴앓이 하는 사랑아.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생명을 살리는 사랑아. 기다림 속에서 인내로 숙성된 외로움이 차가운 물속에서 외롭게 떠돌아다니는 부초 같은 사랑아. 빌딩숲 희미한 수은등 아래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사랑아. 하얀 파도 타고 밀려와 사정없이 부서져 버리는 사랑아. 하얗게 쌓인 눈길을 한없이 걸어도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의 사랑아. 황혼에 물든 커다란 태양 너울 쓰고서 나를 정답게 껴안아 주는 사랑아. 내 인생이 춥지 않도록 포근하게 온몸을 감싸주는 너, 나의 사랑아.
사랑은 나의 보배. 사랑은 나의 생명. 사랑은 나의 행복.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끊임없이 부를 이름. 온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우주 만물을 품고 있는 사랑아. 시공을 휘젓고 다니는 까닭인지 함께 있어도 더욱더 그리운 사랑아. 내 영혼을 강건케 하여 내 운명을 기쁨으로 충만케 하는 나의 사랑아. 끊을 수 없는 인연으로 희망과 꿈을 주는 사랑아. 온몸의 호르몬을 동원해 세포를 활성화 시켜서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는 사랑아.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추억 속에서 시간을 잊고 영원히 함께할 사랑아. 오감을 통해 나를 맴돌고 있는 너, 사랑하는 나의 사랑아. 참 좋은 나의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