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받침대

조회 수 26 추천 수 0 2024.05.28 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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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받침대

 

                                                                                                      정순옥

 

 

  나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다친 다리에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다니는 남편이 오래된 건물인 교회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땅바닥에서 화장실을 올라가려면 상당히 높아서 몸과 발의 균형잡기가 늘 어려워했다. 이런 상황이면 항상 넘어질까 봐 노심초사했다. 한 번은 정말 화장실 바닥으로 넘어져, 남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일어설 수가 있었다.

  남편을 볼 때마다 의료 보조기로 발 받침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구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 도움이가 생겼다. 안수집사 임직식을 앞둔, 취미가 목공예인 집사였다. 뜻하지 않게, 발 받침대가 헌신의 손으로 만들어져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편리하게 도움을 주는 도구가 생기게 되었다. 그야말로 맞춤형 발 받침이 만들어 졌다. 재료 값도 손사래를 치는 겸손한 집사님에게, 사용하는 사람들마다 감사하는 마음이 전달될 것이다.

  사람의 제일 밑부분인 발 밑에서 온몸을 받쳐주는 발 받침대를 보자, 제일 낮은 자세로 희생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위로 자기를 나타내려고 대중 앞에서 자기주장을 앞세우며 소리소리 지르는 오만한 사람의 모습도 오버랩 되어 떠올랐다. 이 사회에서 참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자기를 나타내려고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며 소리소리 지르는 오만한 사람보다는 발 받침대 같은 겸손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사람 몸의 제일 밑바닥인 발밑에서 남을 위해 희생하는 발 받침대를 보면서, 나는 참으로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겸손한 사람을 생각해 보았다. 자기보다 남을 높이는 겸손한 사람은,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발 받침대 같은 사람은 구태여 사랑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고운 사랑을 많이 품고 있는 사람이다. 가장 밑바닥에서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힘들게 받쳐주고 있는 발 받침대 같은 사람은 어쩜 가장 강한 자요, 승리자일지도 모른다. 발 받침대와 같이 겸손한 사람은 자기의 특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기에 분명 하늘의 상급이 클 것임을 믿음으로 알 수 있다.

  사람은 특별한 삶을 영유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어느 곳에서나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데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곳에서는 한 사람의 유별난 행동은 눈에 쉽게 띈다. 대중 앞에서 자기가 유능한 사람임을 나타내려고 안달하는 오만한 사람은 인정 중독자같이 변태적인 행동을 한다. 오만한 사람은 누구보다도 자기가 잘 낫고, 자기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남을 배려하는 아량이 없다. 말버릇이 사나운 사람은 대중 앞에서 자기를 내보이려 안달하면서 관심을 이끌려고 양철조각 땅에 떨어지는 것 같은 목소리로 소리소리 지르기도 한다. 말의 힘이 어찌나 센지 분위기를 얼음장같이 싸늘하게 하거나 살벌하게 하는 언어폭력을 쓰면서 상대를 곤란한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기를 즐긴다. 깨진 유리조각으로 할퀴기도 하고 날카로운 송곳으로 찍기도 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부정적인 자아를 가슴에 품고 있다가 무서운 언어폭탄으로 터트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행동이 권위 있고 당연한 듯이 사람들 앞에서 으스댄다. 사랑 사랑을 입으로는 잘도 표현하면서 내면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까 의구심이 생기게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성으로 판단하지 못해 분별력을 상실해 버리고만 정신이상자 같기도 하다. 오만한 사람은 함부로 내뱉는 말 한마디가 남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는지 전연 모르는 듯하다.

  누구나 인간의 본질은 남에게 인정받으며 사랑받기를 좋아한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남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남을 업신여기는 오만한 마음을 버리고 남을 존중하는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남에게 준 상처는 언젠가는 반듯이 자기가 받게 되는 우주질서의 법칙을 아는 사람은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 겸손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쌓인 앙금이 있으면 쉽게 풀어버릴 줄도 안다. 겸손한 사람은 남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결국 자기 자신이 존중받게 되는 씨앗이 됨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발 받침대 같은 겸손한 사람들과 남 앞에 자기를 들어내 보이려고 안달하는 오만한 사람들 틈새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이상한 분위기의 파장에 공해를 받기도 한다.

  사람은 너나 나나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세월의 강물에 합류되어 흘러가고 있으니, 서로서로 청량한 물줄기가 되어 평화롭게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발 받침대 같은 사람은 진정으로 겸손한 사람이다. 발 받침대 같은 사람은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나는 단 한 번이라도 발 받침대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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