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사랑
정순옥
나의 사랑 아리랑. ‘아리랑’하면 저절로 대한민국이 떠오르는 한민족을 상징하는 언어다. 한민족을 대표하는 아리랑 민요는 구전되어 불려온 아리랑이 대부분 지역마다 다르다. 유네스코에 의하면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전송되는 민요는 약 60여 종, 3,600여 곡이라 한다. 나는 ‘아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괜스레 마음이 설레고 감성이 흔들린다. 심금을 울리는 한민족의 노래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숨결이 스민 물건까지도 아리랑 사랑으로 변해버린다.
내가 자주 가는 코스코(COSTCO)라는 커다란 도매상이 있다. 세계적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는 가게라서 지구촌 사람들이 즐기는 물건들을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도매상이다. 나는 이천이십삼년 신록의 계절이 닦아오는 어느 날에 이곳에서 고기를 고르다가 형용할 수 없이 기쁘고 흥분되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쇠고기를 파는 장소에서 알루미늄 용기에 담겨진 불고기를 발견해서다. 영어로 또한 한국어로 ‘불고기’ 표기가 되어 있어 나는 자랑스럽고도 반가워 손으로 재빠르게 집어서 카트에 담았다. 신나는 내 가슴 속에선 각종 아리랑 가락이 샘솟듯 흘러나와 아리랑 사랑에 빠져버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생전 처음으로 미국상점에서 양념이 된 불고기를 구해왔으니 맛이 어떨지 무척 궁금해서다. 음~ 맛있는 불고기 냄새 ~. 나는 프라이팬에 고기를 익히면서 얼른 불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아뿔싸~ 으~너무 달다. 미각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고깃덩어리를 바로 뱉어버렸는데도 영 입맛이 개운치 않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라 그럴지도 몰라 남편을 불러서 맛을 보라고 했더니 비위가 상해서 못 먹겠다 한다. 아~ 어쩌나~ 다른 사람들은 괜찮았으면 좋겠네. 나는 불고기를 먹을 수도 버릴 수도 없어 후래 팬을 들고서 한참이나 망설이고 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입맛에도 맞는 제품이 생산되기를 바라면서 아리랑 사랑을 품었다.
코스코는 수많은 인종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어느 날, 나는 차에서 내려 파킹 장소에 있는 카트를 손에 잡으려 하는데 카트 밑쪽으로 큰 우유병 2개가 눈에 띄었다. 누가 서두르는 바람에 챙기지 못하고 간 모양이었다. 나는 어쩌나~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 있는 멋진 신사가 내 뜻을 알아차린 듯이 데스크에 갖다 주면 주인이 나타날 것이라 했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 하면서 카트를 움직이려 하는데, “그냥 가져가시지 그래요,”라는 한국인의 소리가 들린다. “데스크에 갔다 주려고요~ ”하는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내가 가져가야지~” 하면서 잽싸게 우유 두 병을 들고 사라진다. 나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이가 없어 멍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있는 미국 사람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나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색한 표정을 보이며 속으로는 한국말을 못 알아들었을 사람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착잡했다. 하나의 아리랑 사랑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더 좋은 삶을 위하여 미주이민 온 나는 경제적인 문제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이민생활 하는 형편이라 저렴한 물건을 파는 대중적인 K-mart 라는 가게를 많이 이용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을 고르다 보면 세일하는 물건들이 눈에 띈다. 자연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만든 물건인지 확인해 보면, 의류품들은 거의 한국제품이었다. 나는 한국산이 홀대받는 게 싫고 은근히 속이 상해 애써 외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나라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물건도 대우를 받고 있다. 고급가게에서 한국제품을 살 수 있고 세일하는 곳에선 한국산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나는 요즈음 기업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아리랑 사랑이 절로 솟아나 노랫가락을 흥얼거리곤 한다.
어느 날, 세계적인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한국 트롯 가락이 흘러나온다. 나는 놀래서 얼굴을 돌리며 사방을 훑어본다. 젊은 학생이 스마트폰에서 K팝을 따라 부르고 있다. 어떻게 노래를 따라 부르느냐, 노래 뜻을 아느냐 등 다그쳐 묻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Yes’ 한다. 스마트폰도 삼성 제품이다. 옆에 있는 사람은 한국 사극이 재미있다고 하면서 “궁중 마마 납시오~ ”한다. 한국의 위상이 높이 올라가 있는 기분이 들어 나는 우쭐해졌다. 미주이민 1세로 살아가고 있는 나는 떠나온 고국을 한시도 잊을 수가 없다. 아리랑 사랑은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감성이기에 어느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조국사랑이다. 나는 오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한국인이 부르는 아리랑 사랑 속에서 행복을 누린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 한다. 여러 민족이 섞여 살면서도 한국인 고유의 정체성을 살리며 살 수 있는 좋은 시대다.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꿈을 품고 미주이민 1세로 살아온 나 같은 경우, 65세 이상 동포에겐 복수국적을 허락한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한국인의 성숙된 국민의식에서 탄생된 국적회복 법에 너무도 감사한 마음으로 아리랑 사랑이 더욱더 솟구침을 느낀다. 이 시간, 아리랑 사랑으로 뜨거워진 눈물이 귀소본능에 젖은 내 뺨 위로 자꾸만 흘러내리고 있으니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