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 사랑합니다
“엄마가 되고서야 알게 된 엄마의 마음, 나에게는 이 땅 위에 가장 보배로우신 어머니…, 삶에 지쳐 괴롭고 힘들어할 때 살며시 다가와 손 내미시고 내 얼굴 감싸 안으시고 등허리 토닥거려주시던 어머니…(석정희-‘어머니의 환한 미소’ 중에서).”
오늘날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가족이 붕괴되는 개인주의 시대에 ‘어머니’ 이야기는 전설처럼 들린다. 하지만 어머니가 어떤 존재인가. 어머니는 한 가족의 행복을 연출하는 지휘자이자 가정의 대들보인 남편을 돕는 일급 참모이다. 인생이란 기쁘고 행복한 일도 있지만 힘든 일과 위기의 순간이 더 많은 법이다. <그리운 어머니, 사랑합니다>는 이런 위기와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본분을 지키며 가족을 위해 본인의 삶을 희생해 온 어머니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김남조, 유안진, 신달자, 오세영, 이근배, 나태주, 유자효, 유현종, 구재면, 복효근, 김종천, 시인 등 당대 최고의 시인들은 물론 송하진 전북도지사, 장태평 전 농수산부장관, 이규형 전 주중대사와 미주에서는 석정희 시인 등 총63명의 명사들이 참회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집필에 참여했고,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과 김종천 시인이 엮어 냈다.
이 책은 다만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시인들의 개인적 신변담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그 절절하고 진실한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어머니의 눈물과 헌신, 어머니의 힘, 어머니의 가르침, 어머니의 향기를 알려주는 글을 모은 책으로 다시 한 번 우리들의 자랑스런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언덕길의 수레 / 석정희
지금도 언덕길의 수레
그림만 보아도 가슴에 눈물 고인다
업고 이고 끌고 밀며
가난과 고난 싣고 숨차게 오르던
언덕길 개나리꽃 물들어 누렇던
얼굴에 땀방울 소금 되어도
혼신을 다해 밀어부치던
두 바퀴는 우리의 어버이였다
눈 쌓인 빙판이거나
질퍽이는 빗길에도
끌던 손등의 핏줄 동기의 밥줄되고
끌리던 치마 동인 허리의 끈은
우리들의 생명줄이 되었다
해 지면 달빛을 따라
큰비라도 내릴 듯 검은 하늘에
더러 몸살도 날만한 일과를
거르지도 않고 실어 나르던 소망
어두운 등불 밑에선 기도로 이어져
우리 지금 이렇게 기름진 식탁에
둘러 앉아 있는 것을......
숨 가삐 넘던 언덕길에
누가 빨아 먹고 버렸나
쥬스 담겼던 비닐봉지 하나
바람에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