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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 베이(Icy Bay), 캐나다와 알래스카 국경 부근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만(灣)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빙하가 바다 속으로 무너져 내리고 녹아 들어가고 후퇴하면서 만들어진 만이다. 특히 이 지역은 점박이 바다표범(harbor seal)의 대표적인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끊임없이 빙하가 녹아 들어가는 아이시 베이 바다 속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까? 폭풍이 지나가면 거센 물결이 부서지는 소리가 바다 속으로 퍼져나갈 것이고 배가 지나가도 엔진 소리가 퍼져 나갈 것이다. 물론 해양 동물이 이동할 때도 소리가 나고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때도 소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바다 속은 결코 조용한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바다 속에서 소음이 가장 심한 곳은 어디일까? 아이시 베이처럼 빙하가 바다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좁고 깊은 곳인 피오르(fjord)가 바다에서 소음이 가장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Pettit et al, 2015).
 
미국 알래스카대학교와 텍사스대학교, 워싱턴대학교, 미국 지질조사소 공동연구팀은 알래스카 아이시 베이와 남극 등 3곳의 피오르에서 바다 속 소음을 측정했다. 3곳 모두 빙하가 무너져 내리고 해빙(海氷) 떠다니는 곳이다. 피오르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바다 속에서 나는 소리는 바로 빙하가 녹으면서 나는 소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가 녹으면서 나는 소리는 특히 잠시 발생했다 사라지는 폭풍이나 배가 통과할 때 발생하는 소리와 달리 끊임없이 이어지고 다른 소리에 비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 속에서 빙하가 녹을 때 소리가 나는 것은 빙하가 녹으면서 빙하 속에 갇혀 있던 공기 방울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빙하가 녹을 때 나는 소리의 주파수는 100~20,000Hz(헤르츠) 정도로 저음이나 고음이 아닌 1,000~3,000Hz 사이의 중음역대 소음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가 20~20,000Hz인 점을 고려하면 바다 속에서 빙하가 녹을 때 나는 소리는 모두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실제로 빙하가 녹을 때 나는 소리는 수영장 물속에 들어갔을 때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가면서 내는 소리나 계곡에서 물이 졸졸졸 흘러내릴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빙하가 바다와 맞닿아 있는 피오르가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이 해양 생태계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각종 새들이 먹이를 얻고 점박이 바다표범이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곳도 바로 여기다. 바다표범이 서식하는 만큼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범고래(killer whale)도 모여든다. 실제로 미 서부 연안에서 알래스카까지 북미 태평양 연안의 바다표범 서식지는 고래의 이동 경로와 일치한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바다와 맞닿아 있던 빙하가 점점 육상으로 후퇴한다는 점이다. 빙하가 육상으로 물러가는 지역에서는 물속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내던 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다. 바다에서 소음이 가장 심했던 곳이 조용해지는 것이다. 바다에서 빙하가 녹는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대수냐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이때부터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바다 속이 조용해지면 지금과 같은 피오르 생태계의 균형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피오르 바다 속에서 빙하가 녹을 때 나는 소리를 측정한 것은 빙하가 녹는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더 큰 목적은 피오르 생태계의 변화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알래스카 피오르에서 서식하는 점박이 바다표범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국(National Park Service) 등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약 20년 동안 알래스카 피오르 지역의 점박이 바다표범 개체 수는 절반 이하로 급격하게 감소했다(Womble et al,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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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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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표범


점박이 바다표범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빙하가 바다로 녹아 들어갈 때 나던 소음이다. 고래는 보통 멀리 떨어져 있는 먹잇감을 소리로 확인하는데 지금까지는 바다 속에서 빙하가 녹을 때 나는 크고 지속적인 소리와 바다표범이 이동할 때 나는 소리가 서로 섞이면서 바다표범이 포식자인 고래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육상으로 점점 후퇴하면서 바다표범의 보호막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빙하가 녹을 때 나는 소리가 사라지면서 바다표범의 움직임이 고래의 안테나에 그대로 걸리게 된 것이다.
 
피오르 생태계에서 포식자이자 피식자 위치에 있는 바다표범이 계속해서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피오르 생태계의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빙하가 녹으면서 내는 소음이 사라지면서 당장은 먹이를 조금 쉽게 얻을 수 있는 고래도 끝내는 피해자가 되고 최종적으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인간 또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참고 문헌>
 * Erin Christine Pettit, Kevin Michael Lee, Joel Palmer Brann, Jeffrey Aaron Nystuen, Preston Scot Wilson, Shad O'Neel.Unusually Loud Ambient Noise in Tidewater Glacier Fjords: A Signal of Ice Melt.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015; DOI:10.1002/2014GL062950
 
 * Jamie N. Womble,  Grey W. Pendleton, Elizabeth A. Mathews, Gail M. Blundell, Natalie M. Bool and Scott M. Gende, 2010 : Harbor seal (Phoca vitulina richardii) decline continues in the rapidly changing landscape of Glacier Bay National Park, Alaska 1992–2008, Marine Mammal Science, DOI: 10.1111/j.1748-7692.2009.00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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