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튜바 소리

조회 수 229 추천 수 1 2024.02.03 19:55:51

데스벨리 2.jpg

 

 

            사막에서, 튜바 소리

 

                     

 

모래산은 잘 갈아놓은 칼날처럼 날이 서 있다

 

한나절 그득한 하늘이 에어 싸고 있는

꼭대기를 향해 걷는 힘든 걸음은

거친 숨을 잠시 멈추기 위해

불쑥불쑥 사방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견고하리라 싶어 모서리를 밟고 서면

허망하게 푹 꺼져버린다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인 것 같이

 

왜 이곳이 *죽음의 계곡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되었을까,

인생은 한 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외길인데

왜 살인적 더위의 이곳을 지름길이라 선택했을까,

 

바람 부는 날

가쌍까상 메마른 모래 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면 

무명의 탈을 쓴 *튜바는 .., ..소리를 지른다

제 아픔 서러움의 진물인지 아직도 아.파.라, 불어댈까,

 

한 움큼 모래알갱이를 쥐었다가 손을 편다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모래는, 바람 따라

미라의 긴 머리채처럼 황금색 낙타 쌍봉을 향해

수시로 무늬와 형태를 바꾸며

이사 오고 이사 가고 흩어졌다가

시골 장터 무동을 어깨 위에 세우곤

덩더꿍 덩더꿍 풍물놀이 장단 맞추는

, 나 그런 개념 없이 어울려 땅따먹기 한다

그 속에 무슨 정이 있다고아직까지 정이 있다며

공동체를 만들며 살아가는지

 

무한 허공

목이 마르다,

 

천근만근 무거운 두 다리

함부로 신발 속과 온몸에 박혀 있는 모래를

툭툭 털어내면서

자동차 안에 있는 페트병 생수를 찾아

꿀꺽꿀꺽 마신다

 

서녘 하늘에서 가슴 더운 노을이 하강하여

먼 산은 눈시울 붉어지도록 내려앉는다

너덜거리는,

기억 속의 잔여울이 여울지어

붉은 황금빛 모래산은

어느새

검은 긴 천을 두르고 하나씩 잠자리에 든다

 

* 데스벨리국립공원: 160여 년 전, 서부로 금광을 찾아 길 떠난 동부 개척자 300여 명이 지름길이라 믿고 이곳을 통과하다가,

   이곳에서 살인적 더위와 물이 떨어져 웅덩이에 고인 소금물을 마시고 떼죽음 당한 곳.

*금관악기 중 최저음역을 내는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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