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여 놓은 빈곤한 밤
깊은 밤
오랜만에 마신 커피 탓인지
손수 만든 나의, 빈 그릇에는
미리내 별빛이 온전히 담겨 잠들지 아니한다
그릇에 찬물을 따라 놓고
눈을 감는다
쓰잘 때 없이 바쁜 일상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내 삶의 일부인데
집으로 돌아오는 거리, 종이컵 속에 든 숟가락은
또 다른 나를, 빈둥거리게 하며
먼바다를 향해 노 젓는 소리가 들린다, 내 귀에
지금껏 걸어온 그간의 삶은
여전히 더 건너가야 할 늪에서의 횃대일까,
어쩌면 나를 마르고 단단한 형틀에 묶었다가
깊은 밤거리를 구걸하는 가출한 앵벌이 신세일까,
더는 잔인한 길이 되지 않겠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장감장감 창틀 속 내 머릿속엔
온갖 공(空)소리가 들려 온다
이 어둠 이 별빛
쟁여 놓은 이 빈곤은 글쎄, 어디까지 갈 것인가
동녘이 콱 막힌 창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다
붉게 충혈된 내 눈은
물먹은 솜처럼
이제 슬슬 무거워진다
유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