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여 놓은 빈곤한 밤

조회 수 90 추천 수 1 2024.02.11 14: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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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여 놓은 빈곤한 밤

 

                                  

깊은 밤

오랜만에 마신 커피 탓인지

손수 만든 나의, 빈 그릇에는

미리내 별빛이 온전히 담겨 잠들지 아니한다

 

그릇에 찬물을 따라 놓고

눈을 감는다

 

쓰잘 때 없이 바쁜 일상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내 삶의 일부인데

집으로 돌아오는 거리, 종이컵 속에 든 숟가락은

또 다른 나를, 빈둥거리며 하며

먼바다를 향해 노 젓는 소리가 들린다, 내 귀에

 

지금껏 걸어온 그간의 삶은

여전히 더 건너가야 할 늪에서의 횃대일까,

어쩌면 나를 마르고 단단한 형틀에 묶었다가

깊은 밤거리를 구걸하는 가출한 앵벌이 신세일까,

더는 잔인한 길이 되지 않겠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장감장감 창틀 속 내 머릿속엔

온갖 공()소리가 들려 온다

 

이 어둠 이 별빛

쟁여 놓은 이 빈곤은 글쎄, 어디까지 갈 것인가

 

동녘이 콱 막힌 창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다

붉게 충혈된 내 눈은

물먹은 솜처럼

이제 슬슬 무거워진다

유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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