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만든 오케스트라

조회 수 12540 추천 수 2 2015.03.14 15:39:52

1928354530_U4qeyPHb_landfill-1.jpg

 

  나는 요즘 무서운 게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만들어 내는 쓰레기이다. 도시생활을 하다 보니 물건을 하나 사거나, 먹을 것을 하나 사도 사는 즉시 그것의 반은 쓰레기가 된다. 주부로서 살림을 하다 보니 더 그러하다. 매일 밤 하루의 쓰레기를 들고 아파트의 쓰레기장으로 간다.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쓰레기는 매일 매일 꾸준히 생겨난다.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면 이미 우리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가정들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쌓여 있다. 버려진 것들 중에는 다시 살려 쓸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쓰레기는 소비에 의해 생겨난다. 이쯤 되면 우리는 현대인의 소비패턴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소비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우리의 후손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얼마 전 신문의 칼럼에서 프랑스의 소비문화에 대한 글을 읽었다. 현재 프랑스의 소비문화는 세 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유기농, 중고품, 그리고 공정무역이다. 이미 중고시장의 규모가 전체소비의 절반을 넘었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다. 인구의 절반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새것만 찾는 것이 아니라 쓸 만한 중고품을 먼저 생각해 본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우리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파라과이의 쓰레기 매립지 위에 세워진 카테우라는 빈민촌에서 생겨났다. 이 마을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쓸 만한 물건을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범죄와 마약에 노출되어 자라날 수밖에 없었다. 

landfill-3.png


Landfill Harmonic / The Recycled Orchestra

그런 아이들을 위해 이 나라의 환경기술자 파비오 차베스 몰간과 교사들은 쓰레기에서 쓸 만한 것들을 모아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악기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비행, 폭력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던 아이들의 삶은 변하기 시작했다. 희망이 없던 아이들은 쓰레기로 만든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며 꿈을 되찾았고, 많은 아이들이 모여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landfillharmonic-02.jpg


Landfill Harmonic: An Upcoming Documentary About the Recycled Orchestra in Cateura, Paraguay trash recycling Paraguay instruments documentary

현재는 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공연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영상으로 이들의 연주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명품악기로 연주하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도 주지 못하는 어떤 감동과 메시지를 이들이 주었기 때문이다.

 

landfillharmonic-01.jpg

 Landfill Harmonic / The Recycled Orchestra
 


이훤

2015.03.14 17:27:53
*.152.236.83

가슴을 먹먹하고 뜨겁게 하는 글이네요. 

음악은 자본이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세상에 보여주는...


근사한 자료입니다. 감사합니다 정 작가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8438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30662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8155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8244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809 5
188 영국 회사, 매 훈련과 사냥 위한 드론 개발 석송 2015-03-22 9844 1
187 폼페이 유적 '신비의 저택' 2년 보수 끝에 재개장 file 정덕수 2015-03-21 9433 1
186 1500년 전 베이징에 살던 한민족 무덤이 발견 file 정덕수 2015-03-21 6091 1
185 분홍돌고래, 정말 사라질지 모른다 [1] 석송 2015-03-20 9716 1
184 인도 학부모들의 도넘은 자식사랑 석송 2015-03-20 6024 2
183 1그램의 용기(한비야 작가) file [1] 안지현 2015-03-19 11423 1
182 도로를 점령한 메기떼 [1] 이숙이 2015-03-19 6803 1
181 독도는 일본과 무관하다 file 석송 2015-03-19 6648 1
180 한복화가 김정현 file 석송 2015-03-19 20191 1
179 “문학은 문화 전반의 초석…문학진흥법 꼭 필요” file 안지현 2015-03-18 7000 1
178 문학계 부흥 위한 문학진흥법 법안 추진 안지현 2015-03-18 6158 1
177 소설 돈키호테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유골 발견 file 석송 2015-03-17 10366 1
176 색채로 영적 감동…‘마크 로스코’ 한국 나들이 file [1] 강정실 2015-03-17 17848 3
175 고흐의 그림 이야기 ‘별이 빛나는 밤’ file 강정실 2015-03-16 12298 1
174 셀카봉 ‘전시품 훼손 가능’ 이유 박물관 등서 ‘금지’ file 석송 2015-03-16 8664 1
173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 [1] 석송 2015-03-16 37427 3
» 쓰레기로 만든 오케스트라 file [1] 정덕수 2015-03-14 12540 2
171 겨울왕국 동부 탈출 file 석송 2015-03-14 7684 1
170 ‘꽃밭에서’작곡가 권길상 박사 별세 file [1] 석송 2015-03-14 8722  
169 “한국어 교육 체계적으로” file 석송 2015-03-14 7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