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커닝쪽지’를 전해주기 위해 목숨 걸고 5층 높이의 학교 창문에 오르는 학부모는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한국 못지 않은 인도 학부모들의 극성맞은 자식 사랑이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도에선 아이를 위해서 ‘스파이더 맨’이 돼 고시장 담벽을 오르는 학부모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며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인디펜던스] |
이 영상은 동북부 비하르주(州)에서 치러진 10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등급 시험 도중 학부모 수십명이 각 층 고시장 창가에 새처럼 가득 매달린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어떤 극성맞은 학부모들은 고시장 건물 외벽을 타고 5층까지 기어 올라가 창문으로 ‘커닝쪽지’를 넘겼다. 그 옆에 경찰들은 속수무책으로 이를 지켜보고만 있다.
[사진 =BBC] |
비하르 주 하지푸르, 나와다 지역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현지 NDTV가 보도했다. 한 학부모는 NDTV에 “선생들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곧잘 결근하기 때문에” 아이의 부정행위를 도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비하르 주에선 최근 사흘 동안 10학년과 12학년(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시험에서 수험생 1000명의 부정행위가 적발됐고, 이 가운데 600명이 고시장에서 쫓겨났다고 영국 인디펜던스가 소개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
인도 시골 지역에서 시험 부정행위는 만연돼 있다. 엿보기와 베끼기 등 보통의 부정행위 수준을 뛰어넘어, 부모가 경찰이나 교육 담당자에게 뇌물을 건네 주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일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에선 중산층 부상과 함께 교육열이 높아졌는데 대학 수는 적어 대입 경쟁은 치열하다. 자식을 좋은 학교로 보내려는 마음에 학부모들이 스파이더맨 변신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시험 부정행위야말로 교사의 결근, 암기 위주 학습, 부족한 교육 인프라 등 인도의 해묵은 교육 체계를 방증한다고 WP는 지적했다.
[사진 =BBC] |
인도 프라담교육재단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도 5학년(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48%가 2학년 용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P.K. 샤히 바히르주 교육 장관은 19일 현지 기자들에게 “특히 시골지역에서 부정행위 다발로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것이 단순히 정부의 책임인가? 일반의 협조 없이 공정한 시험 감독을 수행하는 게 가능한가? 부모와 친척들이 협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데 정부가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달라”며 사회와 정부의 책임 분담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