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아베… 일본 '전쟁할 수 있는 나라' 관문 넘어섰다
야당·국민 거센 반대에도 강행… 日언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주둔… 동북아 군비경쟁 자극 우려
"자위권 행사 중단하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본 안보법률 제·개정안 폐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필요한 11개의 안보 관련 법안이 야당 및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6일 중의원(하원)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일본 국내는 물론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이날 대다수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표결에서 찬성 다수로 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일본은 2차대전 패전 70년 만에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중대 관문을 넘어섰다.
중의원을 통과한 안보법안은 참의원(상원)으로 이송돼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9월27일 이전에 최종 성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참의원에서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참의원이 법안을 받은 뒤 60일 내에 가결하지 않으면 중의원 3분의2의 찬성으로 재가결해 법안을 성립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참의원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9월14일 이후 법안이 최종 성립될 수 있게 된다.
아베 정권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이유는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미 의회에서 안보 관련 법안을 성립시키겠다고 공약한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는 반대 여론을 조기에 봉합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한 참의원 의원이 "세금이나 연금과 달리 (안보 문제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며 "법안이 성립되기만 하면 국민들은 잊게 마련"이라고 단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위헌 논란이 거센 안보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아베 정권의 지지율 급락은 물론 향후 국정 운영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일부 언론들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 "다수의 오만과 무책임함이 극에 달한 폭거"라며 아베 정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부에서는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지향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주둔 및 북한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또 일본이 재무장에 나서면서 중국 등을 자극해 군비경쟁을 촉발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겸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이 한반도 지역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때 한국 측의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데 합의한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일본이 군사적으로 유연하게 활동하는 위협적 요인도 있지만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면서 "이 같은 양면성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창호 외교부 공보담당관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방위정책 관련 논의는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 안보, 그리고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항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