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월만 해도 칠게들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3.3㎡당 30∼40마리가 돌아다니면서 생태계가 회복돼 새떼들도 하얗게 날아와 갯벌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인천 영종도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끈질긴 노력 끝에 근처 갯벌을 칠게들의 보금자리로 다시 복원해 냈다. 인천 영종도 주민 140여명으로 구성된 해양환경감시단 대표 홍소한(54)씨는 27일 “10여년 동안 감시활동을 한 결과 마침내 갯벌을 살려냈다”고 말했다.
칠게는 갯벌에 구멍을 뚫는 습성이 있어 조개나 미생물이 숨쉬며 살수 있는 생태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영종도 갯벌에 낙지가 많은 것도 칠게가 먹잇감이 돼주기 때문이다. 칠게는 갯벌 생태계에 꼭 필요한 존재다.
영종도 부근 갯벌은 과거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칠게가 많았으나 무분별한 포획으로 한때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개체수가 줄었다. 포획된 칠게는 주로 낙지잡이 먹이로 이용되며, ㎏ 당 3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종도 부근 갯벌에는 불법 칠게 잡이 도구가 널려 있었다. 갯벌에 굴을 파고 들어가는 습성 때문에 불법 조업꾼들이 설치한 파이프를 타고 갯벌에 숨겨진 양동이에 빠져 잡히게 된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칠게 불법 포획자들과 전쟁을 벌여왔지만 칠게 잡이가 워낙 돈벌이가 되다보니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인천녹색연합은 지난 3월 불법 칠게잡이 어구를 방치한 인천 중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인천경찰청에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이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해양수산부에 요청해 ‘갯벌 칠게잡이 불법어구 수거 대책’을 수립하자 고발을 자진 취하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해양수산부로부터 국비 1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영종도 남측과 영종도 북동쪽 갯벌 1503㏊에서 불법 칠게잡이 도구 70.92t을 전면 철거했다. 인천해경도 강력한 단속에 나서 현재 영종도 갯벌에는 불법 칠게잡이 조업이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도 인천대교기념관 3층 전망대에선 단속 요원들이 망원경을 통해 인천대교 주변의 갯벌에서 불법어구들이 있는지 집중감시하고 있다.
칠게는 남도지방에서 통발어업 때 낚시 미끼로 사용하고, 밑반찬으로도 인기를 끌지만 이제 세계 5대 갯벌인 영종도 남단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곳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을 처음 접하는 곳이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영종도 동북측의 갯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예단포에는 칠게를 먹잇감으로 삼는 새떼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키토산의 재료로 쓰기위해 영종도 갯벌에서 칠게를 싹슬이하는 사람들이 요즘은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에서는 칠게잡이를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있어 감시를 게을리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