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고향 그리울 때마다 점을 찍다

조회 수 11061 추천 수 3 2015.12.06 12:52:35


                                                                  사간동 현대화랑서 뉴욕 시대 그림 22점 전시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6-IV-70 #166)’는 작가의 뉴욕시대 점화 중 대표작으로 1970년 한국미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부제인 16-IV-70 #166은 1970년 4월 16일 그리기 시작해, 뉴욕에 정착한 후 166번째로 완성한 그림이라는

의미다. 현대화랑 제공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點),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江山).”(1970년 1월 27일 김환기의 일기 중)

수화 김환기(1913~1974)는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의 대표작가로 참여했을 때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아돌프 고틀리브의 작품에 큰 자극을 받고 그 길로 뉴욕으로 갔다. 당대 세계 미술의 중심에서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키고 다른 작가들과 견줘 보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자기 예술의 완성을 향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달려가던 중에도 내면에도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갔음을 그의 일기의 한 구절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1971년 뉴욕 화실에 선 김환기. 현대화랑 제공



그래서였을까? 50대를 넘긴 노작가는 1970년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한국 최초의 독립전‘제1회 한국미술대상’에 작품을 내보라는 주최측의 요구를 선뜻 받아들였다. 뉴욕으로 간 지 7년 만에 한국에 선보이는 이 작품에 그는 고국으로 보내는 메시지를 실었다. 대개 작품 제목을 달지 않고 작업 시작 날짜만 쓰는 그가 특별히 이 작품 캔버스의 뒷면에 쓴 글귀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친우인 김광섭(1905~1977) 시인의 작품 ‘저녁에’의 마지막 2행에서 따온 제목이다. 첫 한국미술대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지금도 한국 현대미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면화 위에 청회색 유화물감으로 점을 먼저 찍은 후 그 틀로서 사각형을 두르는 형태를 가로 172㎝, 세로 232㎝에 이르는 대형 캔버스 안에 가득 채워나간 김환기 특유의 점화(點畵)다. 점을 한 번만 찍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 반복해서 찍어 평면회화임에도 깊이가 느껴진다. 점이 마치 먹처럼 번져나갔기 때문에 동양의 정서를 서양 추상화에 도입했다고도 한다. 11월 2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연구소에서 선정한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미술 작품’ 1위가 이 작품이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평론문을 통해 “한국의 현대 서양미술작품 중 언젠가 국보로 지정돼 보호받을 만한 작품”이라 치켜세웠다.

 

 

                                                       -노란색을 사용한 김환기의 1970년작 ‘12-V-70 #172’. 현대화랑 제공

 

 

 

                                      -푸른색을 사용한 김환기의 1973년작 ‘10만개의 점(04-VI-73 #316)’. 현대화랑 제공

 

 

 

                                                -검은색을 사용한 김환기의 1974년작 ‘27-V-74 #333’. 현대화랑 제공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김환기의 선ㆍ면ㆍ점’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포함해 작가의 뉴욕 시기를 대표하는 추상작품 22점을 모아 볼 수 있다. 뉴욕 시대 이전 김환기의 작품은 산ㆍ달ㆍ백자ㆍ항아리ㆍ새ㆍ사슴 등 한국적인 소재를 부분적으로 추상화해 근대회화로 재구성하는 것이었는데, 뉴욕 시대에는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기법을 흡수해 구상을 완전히 탈피하고 전면적인 추상화로 나아갔다.

1960년대까지 그는 다양한 색상과 원을 중심으로 한 도형을 캔버스 위에 올리다 1968년부터 1974년 사망하기 전까지 점화를 그렸다. 구도하는 자세로 한국을 향한 그리움을 투영한 점화였지만, 색채는 원색에 가까운 진홍ㆍ파랑ㆍ노랑 등으로 명랑한 느낌이다. 다만 그가 사망한 해인 1974년에는 먹을 연상시키는 검은색을 사용했다. 마치 죽음을 예감한 듯 찍어나간 묵점(墨點)의 행렬이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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