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 가창오리

조회 수 7590 추천 수 1 2016.01.19 09:28:51

 

▲ 겨울 철새.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월동한다.

가창오리는 아름다운 군무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0월에 한국을 찾아와서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하다가 시베리아 등지의 번식지로 다시 날아갑니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월동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40만 마리 가량이 찾아옵니다. 해남 영암호나 고창 동림지, 금강 하구, 삽교호 등지에서 수만에서 2,30만 마리가 함께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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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무를 펼치는 가창오리. 해질 녘이면 먹이를 찾아 집단으로 날아오른다.

가창오리는 야행성입니다. 낮이면 잔잔한 호수나 강물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다가 해질 녘이 되면 먹이활동을 위해 날아오릅니다. 이때가 환상적인 군무를 펼치는 시점입니다.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전에 마치 준비운동을 하듯이 이리저리 뭉쳐 날면서 장관을 연출합니다. 사람들은 이 군무를 보기 위해 모여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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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모습을 이루는 가창오리 군무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월동

이런 가창오리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월동하기 때문입니다. 집단 군무가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기에 세계적으로도 가창오리 집단 월동지는 세계적인 명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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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나 강에서 한 곳에 모여 쉬고 있는 가창오리.

가창오리는 지난 84년 주남저수지에서 처음으로 관찰됐습니다. 그러다가 개체 수가 늘어나 2008, 2009년에는 60~80만 마리까지 오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은 40만 마리가량이 관찰됩니다. 전 세계 개체 수가 대략 40만 마리가량인 셈입니다. 개체 수가 줄어든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가창오리의 월동 특성은 한 곳에 모여서 서식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집단의 취약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월동지의 서식 환경이 열악해지거나 전염병이 돌 경우 집단으로 곤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가창오리를 취약종으로 분류했고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수록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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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창오리는 낮시간 휴식을 취하다가 위협 요인이 있으면 날아오른다.

가창오리의 가장 큰 위협 요인... 먹이 부족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월동지는 안전할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말입니다. 첫번째가 먹이 환경입니다. 가창오리는 풀씨나 낙곡을 먹이로 삼습니다. 추수하고 난 농지에 한톨 한톨 떨어진 낙곡이 주된 영양 공급원인 것입니다. 과거에는 논에 볏짚과 함께 낙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가을 들녁의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추수를 끝낸 자리에 볏짚이 모두 사라지고 흰 색으로 둥글게 말린 커다란 볏짚 덩어리만 남습니다. 동물 사료로 이용하기 위해 볏짚을 모두 말아가는 겁니다. 이렇게 말아가면 낙곡이 사라집니다. 이른바 '볏짚말이'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수확기계가 점점 발달하면서 떨어지는 낟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창오리 한 마리가 하루 50그램을 먹을 경우 40만 마리의 가창오리는 하루 20톤, 한달이면 600톤의 먹이를 먹습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다섯달을 머물 경우 3000톤이 필요한 셈입니다. 가끔 사람들이 철새 먹이를 뿌려주지만 하루 이틀이면 모두 사라집니다. 아무리 많이 뿌려주어도 가창오리가 하룻밤 사이에 한꺼번에 먹어치우기 때문입니다.

먹이 부족은 가창오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러기와 오리류, 두루미 등 겨울 철새 모두에게 큰 위협입니다. 인위적인 먹이주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추수가 끝난 가을 들판에 볏짚을 그대로 두는 이른바 '볏짚 존치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농민들에게는 그만큼 보상이 필요합니다.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박사는 "먹이 부족이 가창오리를 비롯해 겨울 철새 천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전 세계적 관점에서 겨울 철새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사람들의 간섭도 가창오리 위협

또다른 위협 요인은 사람의 간섭입니다. 갈수록 늘고 있는 탐조객들이 가창오리의 휴식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일부러 가창오리를 날리기도 합니다. 또 어민들이 어로작업을 하면서 가창오리에게 접근해 날려보내기도 합니다. 겨울철에 그렇지 않아도 영양이 부족한 가창오리는 한번 날 때마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럴 경우 건강 상태가 악화돼 질병에 취약해지고 봄철 시베리아 번식지로 이동하지 못하고 중간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월동지에서 충분한 영양을 얻지 못하면 번식지에서 번식에 성공할 확률도 떨어집니다.

아름다운 가창오리의 군무,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 있습니다. 지난해 가창오리 일부는 3월을 훌쩍 넘긴 4월 10일 경에야 번식지로 이동했습니다. 먹이 섭취가 부족해 이동할 만한 체력이 안 돼 평소보다 더 길게 머무른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가창오리의 군무를 계속 볼 수 있으려면, 겨울 철새의 아름다운 모습을 후손들에게도 전해주려면, 지금 우리가 조금씩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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