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 옛 정취 즐기고 갤러리 투어로 감성 충전
부산은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오래된 항구도시가 품고 있는 수많은 사연은 이제는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최근엔 크고 작은 많은 갤러리가 생겨 도시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가게와 갤러리, 영화 속 명소들을 만나게 된다.
부산은 신도시의 새로운 문화와 오래된 항구도시의 정취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래된 책방과 가게가 남아있는 시장 골목과 벽화마을, 영도마을 같은 오래된 지역 명소가 있는가 하면 곳곳에 패션·리빙·미술 작품을 파는 작은 편집매장과 갤러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먹거리는 또 어떤가. 새로 생긴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도 좋지만 국제시장과 영도마을엔 어묵·떡볶이·팥빙수·밀면 등 발길을 붙드는 군것질거리가 가득하다.
↑ 달맞이고개 초입에 있는 ‘바나나롱갤러리’. 청소년 상담가를 지낸 관장이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친근감이 느껴지는 노란색으로 꾸몄다.
↑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인 달맞이고개. 최근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 루프탑 카페, 수제버거집과 작은 갤러리들이 자리를 잡았다.
↑ 영화 ‘변호인’‘범죄와의 전쟁’등의 촬영지였던 흰여울문화마을. 봉래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바다로 빠르게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눈이 내리는 듯 해 붙여진 이름이다.
↑ 영도대교의 도개 장면. 매일 오후 2시부터 15분간 다리를 들어 올린다.[사진 부산광광공사, 김경록 기자]
↑ 관광택시를 운행하는 운전경력 18년의 김창호 기사. 그는 G20 정상 회담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를 의전 하기도 했다.
영화 속 장면 따라가기부산역과 남포동 일대의 구도심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인파가 부쩍 늘었다. 오래된 거리와 맛집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서다.
칼럼리스트 곽정은씨는 부산을 자주 찾는데 그 역시 부산에 가면 구도심에 간다. “부산에 친언니가 살고 있고 강연 때문에라도 자주 간다”는 그는 “부산의 현대적인 모습보다는 허름한 맛집과 거리가 주는 옛날 분위기를 더 즐긴다”고 했다. 그가 자주 찾는 곳은 남포동 구제 옷가게, 오래된 국밥집, 자갈치 시장의 생선구이 백반, 송정해수욕장 쪽 횟집이나 오래된 비빔물회집이다.
영화 촬영지였거나 배경이 됐던 곳도 인기다. 신창동 국제시장엔 동명의 영화 ‘국제시장’에서 나온 ‘꽃분이네’ 가게 앞에 늘 사람들이 몰려있다. 영화에 나온 꽃분이네 간판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물건은 안 사 장사는 안된다”는 주인장이 불평도 나오지만 이 덕분에 국제시장엔 사람들이 늘 많다.영화 ‘변호인’의 촬영지인 영도다리 인근은 요즘 가장 뜨는 여행지가 됐다. 오후 2시 영도다리가 들어 올려지는 도개 시간이 되면 젊은이뿐 아니라 6·25 전쟁 때 ‘영도다리 밑에서 만나자’라며 가족들과 헤어졌던 70·80대 어르신들까지 향수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부산관광공사 장지혜 대리는 “영도다리 인근에 자갈치시장, 깡통시장, 국제시장에 흰여울 문화마을까지있어 부산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여행코스가 된다”고 전했다. 김미라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과장은 “도개를 보고 시장으로 넘어가 부산의 명물 먹을거리들을 즐길 수 있어 여자에겐 눈과 입이 즐거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깡통시장과 갤러리 투어
국제시장과 함께 들러볼 전통시장은 부평 깡통시장이다. 꽤 큰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소소한 쇼핑거리와 함께 어묵·물떡·팥죽·팥빙수 등 먹을거리가 많다. 여행작가 김수진씨는 “특히 이곳엔 부산의 유명 어묵집이 모여있어 부산 어묵맛을 보려면 이곳에 와보는 게 좋다”며 “거리를 걸으며 더운 여름날 시원한 팥빙수 한 그릇 하는 것도 별미”라고 전했다. 깡통시장은 야시장도 열리는데 야시장이 크게 열릴 때는 태국·말레이시아 등 외국의 음식을 파는 가게도 많이 생겨 이색적인 밤거리를 즐길 수 있다.갤러리 투어는 요즘 부산에 새로 생긴 관광 코스다. 달맞이고개 주변에 작은 갤러리들이 많이 생긴 데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시내에서 달맞이고개로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바나나롱갤러리’다. 노란색 나무로 외관을 꾸민 작은 갤러리인데 아기자기한 예술품들을 전시해 달맞이고개 산책길에 들르면 좋다. 센텀시티에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은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좋다. 김씨는 “아이를 데리고 부산에 가면 시립미술관에 꼭 들러 시간을 보낸다”며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고 좋은 전시 기획도 많아 센텀시티에 쇼핑을 갔다가 들러볼 만하다”고 말했다.
숨겨진 부산 골목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면 부산관광공사 주관해 만든 ‘원도심 스토리 투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편하다. 원도심이란 원래 번화했던 도심 상권이란 의미로 사용하는 말로 남포동, 광복동 일대를 말한다. 투어 프로그램은 영도다리, 용두산, 이바구길, 국제시장, 흰여울마을 5곳에 대해 ‘이야기 할배’ ‘이야기 할매’로 불리는 현지인 스토리텔러와 함께 다니며 그 거리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다. 투어에 참가하려면 미리 전화(051-780-2178) 혹은 온라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온라인 신청은 부산관광공사(www.bto.or.kr)나 부산시 홈페이지(tour.busan.go.kr)로 하면 된다.
특별한 하룻밤, 요트 스테이
숙소의 형태도 다채롭다. 럭셔리한 호텔부터 저렴한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형태의 숙소가 있다. ‘토요코인’ 같은 비즈니스호텔이 추천할 만하다.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는 여러 명이 들어가서 자는 도미토리의 경우 1만5000~2만5000원이면 하룻밤 숙박이 가능하다. 게스트하우스에 따라 4인 이상일 경우엔 일행끼리만 방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예약을 서둘러야만 한다.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로는 ‘민트’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은 10만원 안팍이면 숙박이 가능하다.
바다 위 요트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요트 스테이’는 특별한 부산의 밤을 보내려는 사람들이라면 관심 가져볼 만하다. 수영만 요트 경기장 안에 정박돼 있는 요트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마린시티 고층빌딩의 야경이 멋지다. 올해 초 부산관광공사의 관광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시작된 새로운 숙박 형태다. 선상에서 밤새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시기별로 숙박비가 바뀌는데 성수인 7~8월엔 30만원대다.
부산 교통편 활용 가이드
관광택시 5시간 8만원 … 시티투어버스 종일 자유 이용 1만5000원
부산 여행 땐 차를 가져가는 것보다 현지 교통편을 이용하는게 낫다. 여행작가 김남경씨는 “차를 가져가면 부산의 매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말했다. 차로 오가면 운전하느라 여행의 피로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KTX 등 열차나 비행기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부산은 관광을 위한 교통편이 잘 갖춰져 있다. 지하철역이 곳곳에 있어 여행객의 발 역할을 해준다. 서울에서 사용하는 일반 후불교통카드로 다 결제되니 따로 승차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차를 빌린다면 하루 이상은 렌트카 서비스를, 짧은 시간이라면 ‘소카’ ‘그린카’ 같은 카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카쉐어링 서비스는 경차의 경우 4시간에 2만~3만원이 든다. 편도로 빌릴 경우엔 여기에 추가 요금이 붙는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지금 내가 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된 차를 찾아 사용하고 지정된 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 차 문은 카쉐어링 서비스 앱을 통해 열고 잠그게 되어 있고, 차 열쇠는 차 내부에 달려있다.
올해 5월부터는 ‘관광택시’도 등장했다. 택시 운행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기사가 모는 개인택시 100대가 관광택시로 등록해 운행 중이다. 부산에 도착한 후 기사를 만나 가고 싶은 곳을 말하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잡아주고 가보면 좋을 다른 장소도 추천해 준다. 목적지에 내리면서 “몇 시간 뒤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면 시간 맞춰 오니 따로 주차, 주유, 픽업·반납 등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비용은 1시간 2만원으로 그다음부터는 5시간 8만원, 10시간 15만원식으로 할인해준다. 단 도로사용료, 통행료, 주차비는 별도로 내야 한다. 결제는 현금으로만 가능하다.
부산의 관광 명소를 다양하게 돌아보고 싶으면 시티투어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레드·블루·그린 라인으로 나뉘는 3가지 코스가 있다. 부산역 1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레드라인을 타면 해운대의 센텀시티, 마린시티는 물론 광안리해수욕장, 동백섬, 영화의 전당, 센텀시티의 시립미술관까지 둘러볼 수 있다. 성인 1인 1만5000원으로 별도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타는데 한 번 티켓을 끊으면 하루 종일 몇 번이고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 부산의 야경을 둘러보기에도 좋아 처음 부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용할 만하다.
예약제로 운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챙겨야 한다. 예약은 투어일 10일 전부터 선착순으로 받는데 하루 전 오후 4시까지는 인터넷(www.citytourbusan.com)이나 전화(051-464-9898)로 예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