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자화상. 청조 박은경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날
며칠간의 짧은 만남은 늘 아쉬움 가득
주부들 저녁 설거지를 하고
거실로 가니 영화를 보고있는 남편들
옆에 앉아 얼마나 남았는지 물으니
한시간도 더 남았다 한다
이걸 꼭 지금 봐야 하느냐 물으니
집에서는 못 들어가는 체널이란다
마지막 날 저녁시간을 둘이 영화 보고
나는 컴퓨터 친구는 아이패드
그렇게 시간을 보내야 하겠느냐
물으니 대답이 없다
욕설이 난무하는 죽이고 또 죽이는
영화 소리에 묻혀버린 나의 소망
노트북 컴퓨터를 접어 가방에 넣고
아이패드 보다가 선잠 든 친구 옆에서 책을 읽는다
영화를 다 본 남편들 화장실 다녀오더니
이젠 돌이서 전쟁놀이 게임을 시작한다
평소에 인터넷으로 늘 함께 노는 게임
남의 집에서 부부싸움을 할 수는 없기에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부아를
여행 가방 속에 꼭꼭 접어 넣었다
집에 가면 구겨넣은 부아가 잘 삭았을까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참을 인(忍)자를 이마에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