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거시기

조회 수 280 추천 수 0 2021.05.14 15:04:18

< 복숭아 거시기 >

 

복숭아 거시기를 어찌 만드냐 하셨소?

 

암, 난 알지

많이 만들어 봤거든

아니,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울 아부지 만드실 제

곁에서 유심히 봐 뒀지…

 

광 속에 땅을 한 길 파고는

큰 장독을 목까지 묻어요

뒷 산 복숭아 밭에서

향이 근사하고 단물이 줄줄 흐르는

백도 몇 지게 저다 넣고

설탕을 켜켜 뿌리고 정성스레 덮었소

그건 한 해의 성스러운 예식

 

그 다음은 고난의 시간

몰래 침을 꼴깍꼴깍 삼기면서도

한 달을 버티십디다

울 아부지 용해!

 

그래도 울 아버진 절대로

복숭아 거시기라 안 하셨소,

몸에 좋은 과일 엑기스.

가끔씩 광 속에서 노래 소리 나고

웃통 벗고 주무셔서 그게 탈이었지

 

그 신비스런 맛을 음미하는

울 아버지 표정이 더 신비스럽고,

그래서 나도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소

 

구름 흐르고 세월 흐르고

기억 한켠에 장독을 묻고

머리 허연 아들들이 오늘

그 신비한 추억에 웃고…

 


박은경

2021.05.15 09:18:21
*.90.141.135

그 복숭아 거시기가 뭐신지 딥다 궁금허네요 ㅎㅎㅎ

을매나 맛이 좋을지 상상만 해 봅니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8379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30574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8081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8170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777 5
1468 포도나무 [1] 박은경 2021-05-17 267 1
1467 기차화통 박은경 2021-05-16 173 1
1466 [자유시] 말 배우기 박은경 2021-05-16 173 1
1465 코비 백신 [1] 유진왕 2021-05-15 242  
1464 크리스마스 선물 file [1] 유진왕 2021-05-15 311  
1463 인종 차별 유감 [1] 유진왕 2021-05-15 255  
1462 죽음이라는 축복 [1] 유진왕 2021-05-15 246  
1461 [단시조] 찔레꽃 [2] 박은경 2021-05-15 269 1
1460 이사가기 쉽게... [1] 유진왕 2021-05-15 257  
1459 떡 찍어 묵자 [1] 유진왕 2021-05-14 290  
» 복숭아 거시기 [1] 유진왕 2021-05-14 280  
1457 토순이 [1] 유진왕 2021-05-14 252  
1456 엉덩이 뽀두락지 난다는데... [1] 유진왕 2021-05-14 236  
1455 지혜 [2] 박은경 2021-05-14 287 1
1454 [자유시] 본 박은경 2021-05-14 237 1
1453 [연시조] 버릇 고치기 [2] 박은경 2021-05-13 251 2
1452 [자유시] 찰떡과 개떡 사이 [1] 박은경 2021-05-13 278 1
1451 박은경 2021-05-11 264 1
1450 석양도 멋있다, 그치? file [1] 유진왕 2021-05-11 279 1
1449 내가 나보고 하는 소리 [1] 유진왕 2021-05-10 22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