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41년 만에 발견된 멸종위기종
11일 경남 남해군 미조리 앞바다 홍합 양식장에서 부이 줄에 걸려 발견된 멸종위기종인 긴수염고래가 분수공으로 물을 내뿜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경남 남해의 홍합 양식장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던 북태평양 긴수염고래(Wright Whale)가 무사히 탈출해 사라졌다. 긴수염고래는 우리나라 연안에선 41년 만에 발견된 멸종위기종인 희귀 고래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와 통영해양경비안전서는 12일 오전 7시쯤 현장을 확인한 결과 긴수염고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구조작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긴수염고래는 11일 남해군 미조면 앞바다 홍합 양식장 부이 줄에 엉켜 움직이지 못한 채로 발견됐다. 구조신고를 접수한 고래연구소는 즉각 씨 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과 함께 합동구조반을 출동시켰다. 고래가 양식장 한가운데에서 발견돼 선박의 접근이 어려운데다, 고래 꼬리부분이 부이 줄 4개에 촘촘하게 엮여있고 길이 12m가 넘는 덩치의 고래가 계속 발버둥을 쳐 구조에 애를 먹었다.
구조반은 가까스로 줄 3개는 끊었지만 날이 저물면서 나머지 줄 1개를 남겨둔 채 구조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일각에선 고래가 부상과 탈진 등으로 밤을 무사히 넘기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다음날 날이 밝자 구조반은 곧장 구조작업을 재개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고래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사고 지점 주변의 그물이나 양식장 줄 등에 걸린 것은 아닌가 추가 수색을 벌였지만 끝내 고래는 발견되지 않았다.
고래연구소는 긴수염고래가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를 따라 오호츠크해로 돌아갔거나 일본 주변 해역을 지나 태평양으로 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긴수염고래는 지구 상에 남아있는 개체 수가 300마리 이하인 대표적 멸종위기종으로 이번 국내에서 발견된 건 1974년 동해에서 잡히고 난 후 41년 만이다. 몸길이가 17∼18m, 무게 50∼80톤까지 자라며 수명은 60∼70년 가량의 대형 고래에 속한다.
고래전문가들은 “희귀종의 긴수염고래가 우리 해역을 찾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며, 양식장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하다 무사히 탈출한 것도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래연구소측은 “긴수염고래 같은 대형 고래는 오호츠크해를 통해 내려와 동해를 지나 태평양으로 이동하는데 이번 고래는 남해까지 찾아왔다”며 “11일 채취한 긴수염고래 표피 등을 분석해 유전정보 등을 확인하고, 이동경로와 현장의 수중 생태를 파악하기 위해 플랑크톤을 수집하는 등 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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