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 왜 생기나
신종 감염질환은 신종 바이러스나 세균이 원인이다. 중동 지역에서 넘어온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베타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다. 이 바이러스는 박쥐의 몸속에 사는데, 이게 낙타에게 옮겨졌다가 2012년에는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발견됐다. 이렇듯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되거나, 바이러스에 변이(變異)가 일어나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되면 '신종 바이러스'라고 한다. 한양대구리병원 감염내과 김지은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보다 전파가 빠르고, 증세가 심하고, 치료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신종 바이러스는 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바이러스, 환경 적응 위해 유전자 변이
바이러스는 20~4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전염성 병원체로, 다른 생명체의 세포에 기생(寄生)한다. 이런 처지 때문에 숙주(宿主·기생 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생물, 사람이나 동물)의 성질에 맞게 자신을 바꾸는 능력이 발달했다. 또한 바이러스는 크기가 워낙 작아서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숙주의 유전자와 잘 섞이고, 스스로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오작동도 잘 일어난다. 을지병원 감염내과 이기덕 교수는 "바이러스가 변이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진화의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
동물에게만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면서 바이러스가 변이되기도 한다. 수만 년 전, 철새에 있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옮겨지면서 독감이 생겼고, 1976년에는 박쥐나 설치류 등에 있던 에볼라바이러스 탓에 에볼라 출혈열이, 1980년대에는 아프리카 원숭이에 있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로 인해 에이즈가, 2009년에는 야생 진드기를 통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2012년에는 박쥐에 있던 베타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메르스가 유발됐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은 "신종 감염질환의 75%가 사람과 동물간에 상호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동물에만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지는 이유는 사람이 자연 환경을 파괴한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야생 동물 서식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이 갖고 있던 여러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이다.
◇약(藥) 내성 탓 변이 일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한다.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약이다.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했다가 사라지는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더 많이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사라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약에 내성(耐性·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것)이 생기고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이런 내성바이러스의 출현이 가속화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