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순환은 비 보다 바람 영향…정화작용 등 되레 순기능 많아
비가 내리는 날에는 회를 먹으면 안 된다?
비 오는 날이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오르는 내리는 질문이다. 답변은 대체로 ‘먹지 말라’는 쪽이 많다. 답변 가운데에는 “비가 오면 바닷물이 순환해 가라앉아 있던 세균 등 유해물질이 떠오르고 이를 물고기들이 섭취하게 돼, 생선회를 먹는 것은 건강에 나쁘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해양수산연구원 관계자는 “바닷물의 순환은 비 때문이라기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받고, 바다 속에서 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정화작용 등 오히려 순기능이 더 많다”고 설명한다.
비 오는 날 생선회를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과거라면 타당한 말일 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은 여름인데, 날이 더워 식재료가 부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조영제 부경대 교수(식품공학)는 <생선회학>에서 “냉장고가 없고 위생에 대한 관념이 부족한 시절 바닷가 또는 재래식 시장의 노점에서 여름철에 생선회를 썰어놓고 판매하는 것을 먹고 식중독에 걸릴 수 있었을 것이고, 지나가는 소나기에 흠뻑 젖은 생선회를 먹어보면 물기를 머금은 생선회가 맛이 좋았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비 오는 날은 생선회를 먹으면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던 이유다”라고 말한다.
조 교수가 진행한 실험 결과를 보면 넙치 살을 식중독균에 오염시킨 뒤 겨울철 평균 습도인 40%, 여름철 70%, 비 오는 날 90%에서 각각 배양해보니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식중독균 활성화에 습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또 요즘에는 생선회를 제대로 된 냉장·냉동 과정을 거쳐 유통하기 때문에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맛에도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참치의 경우 해동 뒤 1시간마다 3~5%씩 산화가 이뤄지고 더운 날에는 그 속도가 조금 빨라진다. 그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