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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만에 새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출간

 

 

 

 

 "첫 시집에서는 귀신들이 날아다니고 두 번째는 애기가 걸음마 배우는 식으로 세상을 묻고 다녔다면 이건 사람처럼 말하는 첫 시집이에요. 처음으로 일상적인 얘기들을 썼거든요."

7년 만에 새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문학동네)을 낸 김민정(40) 시인은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시집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끊임없이 부족하고 부끄럽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도 내 언어라는 생각으로 어렵게 시집을 내게 됐다"고 했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2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등단한 그는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2005)와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2009)를 발표했다. 랩과도 같은 직설적이고 개성 넘치는 언어로 세상의 허세를 거침없이 들춰내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줬다.

그에 비해 이번에 낸 시들은 편안한 일상의 언어들이 대부분이고 그 안의 감성도 한결 깊고 부드러워졌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한 번 더 곱씹어야 다가오는 시들이 많다.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표제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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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제목 역시 그동안 달라진 내면의 변화를 보여준다.

 "데뷔를 너무 일찍 한 데다 학교에서 시가 아닌 소설을 전공해서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긴 싫었어요. 내게 잘 맞는 표현 방법이 혼자 떠드는 것이나 리듬을 살린 말장난이라고 생각했죠. 그땐 듣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 마흔 전후로 들어오면서 듣는 사람도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또 살아보니 세상에 쓸모없는 건 별로 없더라고요. 쓸모없어도 아름다우니까 그걸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삶의 자세가 조금 바뀌었죠."

이번 시집은 무려 7년 만에 낸 신작이다. 그는 그동안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다른 시인들의 시집을 내는 일에 더 몰두해왔다. 지금도 문학동네 임프린트(하위 브랜드)인 '난다' 대표를 맡고 있다.

 "남들의 시집을 너무 많이 만들다 보니 5년 동안 내 시를 아예 못 썼어요. 이게 병행할 수 없는 일이구나 판단하고 시 쓰기를 아예 놨었죠. 그러다보니 계속 제가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고 문단 어른들도 '너 자신이 없이는 주변 시인들도 없고 시집을 만드는 의미도 없다, 너를 찾아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잘 안 들리다가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2014년 가을부터 다시 시를 쓰게 됐어요."

시인으로서 정체성을 다시 찾았지만, 편집자로서의 삶은 여전히 시 쓰는 일 못지 않게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집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한강 작가의 신작 '흰'을 함께 기획해 출간했다.

 "동료들을 저는 '친척들'이라고 하는데, 문인들에게 같은 피가 흐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일처럼 몰입해서 하게 돼요. 책을 낼 때 그 작가(시인)가 다음 모색을 하려면 방향을 잘 짚어줘서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매니저처럼 붙어있게 되죠. 또 문인들과 책을 만드며 사는 일은 제게 큰 배움이기도 해서 더 간절한 것 같아요."

그는 편집인·출판인으로서 이미 베테랑이지만, 갈수록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책이 점점 더 무서워요. 호황기에는 몇 십만부, 100만부도 팔아봤지만, 이제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됐잖아요. 골수 독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죠. 그들을 붙잡고 '이 책의 좋음'에 대해 말하는 게 제 일인데, 그걸 어떻게 떠들어 댈지 점점 더 어렵더라고요. 그럴수록 제가 더 건강하고 탄탄해지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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