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 김성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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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 신세림출판사 |
출판년도 : | 2014년 |
동훈이 더듬거린다. 하지만 다른 선택은 없다.---겨낭한다. 눈을 감는다. 머릴 돌린다. 그리고 방아쇨 당긴다. 탕하는 소리. 동시에 무언긴가 그녀를 빠르게 뚫고 지난다. 충격이 그녀를 뚫고 지난다. 충격이 그녀를 잠시 뒤로 끌어당긴다. 하지만 남편을 향해 앞으로 나가려고 가진 애를 쓰는 듯싶다. 총에 맞은 것을 모르는 듯도 싶다. 깊고 검은 눈동자는 동훈한테 고정된 채로 창백한 얼굴, 목, 팔, 몸 전체는 남편을 향해 가기 위해 마지막 애를 쓴다.
그렇게 그녀가 그 순간을 잠시, 아주 잠시 붙든다. 그녀의 두 눈이 어둠속으로 머뭇머뭇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눈동자가 비어간다.---
그녀를 누르고 있던 삶의 버거우 짐들이 드디어 들리나보다. 사뿐 떨어져 내린 꽃잎사귀처럼 날 듯 날 듯 가벼워 보인다. 죽음은 어둠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떨어진 꽃잎처럼 안타까우리만치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는 떠난다.
-김정일 앞에서 사랑하는 남편에게 총을 맞고 죽어야 하는 한 여인의 슬픈 운명을 묘사한 대목
6.25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지구촌 인류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불행과 아픔으로 형상화시키고, 화해와 해방의 숨겨진 출구를 제시함으로써 전쟁문학의 카테고리를 새롭게 개척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명계웅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