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2곳의 휴양지 칸과 생트로페를 찾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휴가를 보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승자는 혼자다>에는 영화제 기간 동안 칸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영화 제작자의 눈에 들기 위해 1년 내내 모은 돈으로 산 가장 비싼 옷을 입고 온 배우 지망생,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영화제를 찾은 왕년의 스타 등 칸 영화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꿈과 욕망의 파노라마에서 칸은 꿈과 허영, 패션과 유명인, 물질과 가치 등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으로 표현된다. 크루아제트 거리Boulevard de La Croisette의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람보르기니와 롤스로이스가 차례로 지나갔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동네 할머니 패션조차 예사롭지 않다. 택시 운전사도 레스토랑 점원도 할리우드 배우 빰치게 잘생겼다. 칸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칸은 압도적인 레드 카펫의 이미지에 밀려 도시 자체의 아름다움이 가려진 것도 사실이다. 은막에 고정된 시선을 잠시 돌리면 칸은 영화만의 도시가 아니다. 도회적인 건물들과 큰 도로에 일렬로 종려나무가 서 있는 풍경은 언뜻 하와이나 캘리포니아와도 겹쳐진다. 니스에서 남쪽으로 26킬로미터 떨어진 칸은 코트다쥐르의 피한, 피서지로 유명하다. 중세까진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으나 19세기에 해수욕장으로 발전했으며, 특히 제2제정시대(나폴레옹 3세 통치 시대) 이후 대규모 호텔이 건립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칸은 니스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크기지만 비즈니스는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에요. 작지만 4성급 이상의 호텔이 100여 개나 있고, 매달 이벤트와 국제적 규모의 각종 축제가 열리죠. 9월 9일에는 인터내셔널 보트 쇼인 칸 요팅 페스티벌Cannes Yaching Festival이 열리기도 했어요.” 칸 관광사무소의 카린 오스Karin Osmuk은 칸이 고급 휴양지인 동시에 비즈니스 포럼이나 영화제, 광고제 등 국제적인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는 문화와 비즈니스의 도시라는 것을 강조했다.
관광은 보통 칸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에 데 콩그레Palais des Festival et des Congres’(이하 ‘팔레 데 페스티벌’)부터 시작한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곳 치고 생각보다 평범해서 실망스러웠을 때, 길바닥에 새겨진 세계적인 배우들의 프린팅이 눈길을 모았다. 새겨진 이름을 하나하나 살피며 시동을 걸다보면 그 옆에서 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크루아제트 거리가 손짓을 하며 유혹한다.
웅장하고 고전적인 고급 호텔들과 명품 부티크, 길게 뻗은 백사장, 호화로운 요트와 바닷가 앞의 바, 거리를 수놓은 종려나무, 웃통을 벗고 거리를 뛰는 청년들. …, 이국의 정취가 물씬하다. 2킬로미터 남짓의 크루아제트 거리를 거닐다보면 마치 레드 카펫을 걷는 것처럼 흥분되고 들뜬다. 크루아제트 거리 앞 백사장은 대부분 호텔과 레스토랑 소유라 백사장에 몸을 눕히는 게 쉽지 않지만, 거리 벤치에 앉아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국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영화제가 열리는 시즌의 칸에서는 호텔 잡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수상작 못지않게 어떤 배우가 어떤 호텔에 머무는가도 이 시즌의 핫 이슈다. 크루아제트 거리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칸과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은 그중에서 가장 핫한 호텔들이다.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은 1911년에 생긴 유서 깊은 호텔로 그레이스 켈리, 알프레드 히치콕, 소피 마르소, 시드니 폴락 등 내로라하는 배우와 감독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그레이스 켈리는 1955년 칸 영화제 때 이 호텔에 머물다 모나코의 왕자 레니에 3세를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7층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이 호텔에서 가장 럭셔리한 그레이스 켈리 스위트룸이 있다. 이외에도 스타들이 머물렀던 39개의 객실들은 스타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배우들이 이 호텔에 오면 그 방에 우선적으로 머문다. 그랜드 하얏트 칸 역시 오랜 역사와 고풍스럽고 우아한 건축 양식으로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즐겨 찾는 호텔이다. 이곳에는 27개의 스위트룸과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스위트룸인 ‘펜트하우스 스위트’가 있다. 리비에라 해안을 둘러싼 크루아제트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 하우스의 테라스는 칸의 드라마틱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가장 좋은 위치에 넓은 프라이빗 해변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살아 있는 칸을 만나는 법
살아 있는 칸의 모습을 만나려면 옛 항구 비외 포르Vieus Port로 가야 한다. 팔레 데 페스티벌 건물 서쪽, 크루아제트 거리가 끝나는 곳에 고깃배들이 가득 정박해 있는 비외 포르 서쪽의 르 시케Le Squet 지역과 서북쪽의 생앙투안Saint-Antoine 거리 근처가 바로 구시가다. 버스 터미널 건물에 그려진 거대한 벽화가 먼저 시선을 모은다. “거주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칸은 2002년부터 거대한 벽화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도시의 다양한 장소에 영화와 관련된 그림을 그린 거죠. 모두 13개의 벽화가 있어요.”
느긋하게 도시를 걷다보면 제임스딘, 마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베트맨 등의 벽화가 있는 곳에서 발을 멈추게 된다. 언덕을 따라 좁은 골목을 올라가면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풍경과 마주친다. 포빌 시장은 칸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현지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치즈, 올리브 등을 파는 푸드 마켓으로,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열린다. 월요일에는 각종 앤티크 그릇, 책, 인형, 잡화 등을 파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구시가 르 시케의 카스트르 광장 슈발리에 언덕으로 가면 칸의 역사적인 장소와 만난다. 카스트르 박물관Musee de La Castre은 12세기에 바다를 통해 침입하려는 외부의 적들을 감시하는 망루이자 선원들의 무사 귀환을 비는 예배당 역할을 했던 요새를 개조해서 만든 박물관이다. 네덜란드 출신 19세기 탐험가 바롱 뤼크마나Baron Lyckmana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한 민속 인류학 유물, 아프리카,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부터 19세기 남프랑스 화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보존되어 있다. 시계탑에서는 칸 시내를 360도 파노라마로 내려다볼 수 있어 늘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카스트르 광장 슈발리에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앙티브 거리에서 만난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의 그레이스 켈리 스위트룸. 1955년, 그레이스 켈리는 이 호텔에서 모나코 왕자를 만났다.
칸은 아주 작은 도시다. 구석구석까진 아니어도 이틀이면 웬만한 데는 둘러볼 수 있다. 하루 더 머문다면 주변 섬으로 반나절 외유를 떠나는 것도 좋다. 칸 앞바다에는 레랭 제도로 묶이는 2개의 섬 생마르그리트Saint-Marguerite와 생토노라 Saint-honorat가 있다. 생마르그리트Saint-Marguerite는 둘 중 큰 섬인데 칸의 옛 항구 비외 포르에서 배로 15분이면 닿는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철가면>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철가면>의 모델인 수수께끼의 죄인이 갇혔던 성채가 있다. 요새였던 이곳은 오랫동안 초소와 감옥 등으로 사용되었는데 그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학생들에게도 좋은 견학 코스가 되고 있다. 좁은 감옥에 직접 들어가 보니, 철가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성채 안의 박물관 뮤제 드 라 메르Musee de La Mer에서는 오래전 침몰한3해적선이나 화물선에서 건진 전시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와 소나무로 뒤덮인 섬은 산책하기에 좋다. 그리 크지 않아 1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다. 소나무 숲이 울창한 해안가는 동서양이 섞인 오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같은 지중해이지만 배 타고 불과 15분 걸리는 육지에서와는 바다 빛깔이 전혀 다르다. 깨끗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생마르그리트 섬은 현지인들이 망중한을 즐기는 장소로 인기가 높다. 생마르그리트 섬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한 번 갇히면 영원히 탈출할 수 없는 유배의 섬이었지만 <철가면>과 달리 <뇌>의 주인공은 건너편 섬으로 헤엄을 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외롭고 어두웠던 ‘유배의 섬’에서 이제 어둠은 사라지고 자유만 남았다. 자발적인 고립감을 느끼기 위해 15분만에 아름다운 섬으로 외유를 떠날 수 있는 칸 사람들이 마냥 부러웠다.
TRAVELLER’S LIST
그랜드 하얏트 칸 호텔 마르티네Grand Hyatt Cannes Hotel Martinez
LOCATION 73 Boulevard de La Croisette, 06400 Cannes TEL +33-4-93-90-12-3 WEB cannesmartinez.grand.hyatt.com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 Intercontinental Carlton Cannes
LOCATION 58 Boulevard de La Croisette, 06414 Cannes TEL +33-4-93-06-40-06 WEB www.intercontinental-carlton-cannes.com
카스트르 박물관 Musee de La Castre
LOCATION 1 Boulevard de La Croisette, 06400 Cannes TEL +33-4-93-38-55-26
포르 로열 Fort Royal
LOCATION Ile Sainte-Marguerite, 06400 Cannes TEL +33-4-93-38-55-26
TRAVELLER’S LIST
르 마 드 샤스텔라 Le Mas de Chastelas
LOCATION Quartier Bertaud, Rte de Saint-Tropez, 83580 Gassin TEL +33-4-94-56-71-71 WEB www.chastelas.com
호텔 빌라 마리 Hotel Villa Marie
LOCATION 1100 Chemin de Val de Rian, 83350 Ramatuelle TEL +33-4-50-90-63-20 WEB www.villamarie.fr
라 퐁슈La Ponche
LOCATION 5 Rue des Remparts, 83990 Saint-Tropez TEL +33-4-94-97-02-53 WEB www.laponche.com
라농시아드 미술관 Musee de L’annonciade
LOCATION Rue Georges Clemenceau, 83990 Saint- Tropez TEL +33-4-94-17-84-10
남프랑스의 툴롱부터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40킬로미터의 해안을 일컫는 코트다쥐르Cote d’Azur 지역은 ‘쪽빛 해안’을 뜻하는 그 이름처럼 푸른 지중해와 1년 내내 내리쬐는 햇살, 아늑한 바닷가 마을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코트다쥐르에서도 생트로페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곳을 가게 되면 왜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이곳과 사랑에 빠졌는지, 왜 이곳에 별장을 지었는지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생트로페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 만난 프랑스관광청의 프레드릭 탕봉 소장은 브리지트 바르도, 믹 재거, 케이트 모스, 브레드 피트, 샬롯 갱스부르 등 수십 명의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이 생트로페 도시 곳곳을 누비는 사진으로 도배한 화보집을 보여주며 말했다. 패션 화보집을 연상케 하는 그 한 권의 책만으로도 생트로페의 위용을 짐작할 만했다.
생소했던 지명을 처음 접한 것은 2011년. 칼 라거펠트가 생트로페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트로페 곳곳은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옷을 입은 세계적인 톱 모델들이 활보하는 패션쇼 장소로 변모했다. 칼 라거펠트는 생트로페를 배경으로 <리멤버 나우Remember Now>라는 영화까지 만들었다. 생트로페의 화려함이 매혹적으로 그려진 이 영화에는 엘리사 새다뉘, 파스칼 그레고리 외에도 프레야 베하, 밥티스트 지오비코니, 애비 리, 하이디마운트. 막델레나 등 내로라하는 톱 모델들이 대거 출연했다.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한 도시가 어떻게 전설이 되었는가 확인하기 위해 생트로페로 향했다.
생트로페는 칸에서 서쪽으로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칸이 ‘도시’라면 생트로페는 ‘마을’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마을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관광사무소 앞에서 만난 가이드는 말했다. “인구 5000명인 작은 마을에 하루 10만 명, 해마다 500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와요. 정말 대단하죠.”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겨우 5000명의 사람들이 사는 곳에 매년 1000배의 사람들이 찾아온다니, 믿어지는가.
생트로페는 휴가에 목숨 거는 프랑스인들에게도 가장 워너비로 여겨지는 꿈의 바캉스 장소다. 생트로페에 별장이 하나쯤은 있어야 갑부라고 인정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럭셔리 휴양지’의 상징인 곳이다.
생트로페의 역사는 이렇게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시대 이 지방의 감독관이었던 트로페가 네로 황제의 독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하여 바다에 던져졌다. 기독교도로서 순교한 것인데 이후 사람들이 그를 성인으로 추앙하였고 그의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을 생트로페로 부르게 됐다. 그 후 9세기경부터 사라센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15~17세기에 자치권을 확립하여 현재 모습이 이루어졌다.
포구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시 마켓이 있다. 18세기에 지역 아티스트가 그린 타일 조각이 새겨진 재래시장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침부터 장을 보러 나온 동네 사람들로 붐볐다. 올리브와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 해산물 등을 파는 시장은 생트로페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자두와 체리를 한 움큼 집어 봉지에 넣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생트로페는 20세기 전만 해도 작은 어촌에 지나지 않았다. 1892년 신인상주의파 점묘 화가 폴 시냑이 남부 지중해를 여행하던 중 이곳을 보고 첫눈에 반해 정착한 뒤 작품 활동을 했다. 생트로페의 빛나는 태양빛과 사물들은 점점이 모여 화폭 안에서 아름다운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생트로페가 유명하게 된 데에는 브리지트 바르도의 공이 크다. 1956년 브리지트 바르도가 출연한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영화의 배경지로 등장하면서 작은 마을은 알려지기 시작했다.
순박한 어촌 마을에 사는 도발적인 19세 소녀 줄리에트를 연기한 브리지트 바르도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세계를 뒤흔든 섹스 심벌로 떠올랐다. 스타덤에 오른 건 그녀뿐만이 아니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뇌쇄적인 몸짓으로 춤추던 낭만적인 바닷가와 빛바랜 파스텔 색조의 마을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바르도는 영화를 찍고 난 후 생트로페에 둥지를 틀었다. 이 마을을 바르도가 세웠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골목, 호텔, 바, 갤러리 등 가는 곳마다 그녀의 사진과 그래픽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곳곳에 걸린 197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의 초상 때문인지 어딘가 모르게 고전적인 분위기가 풍겨난다.
럭셔리 휴양지답게 생트로페에는 5성급 호텔이 많다. 대형 호텔이 아니지만 부자들의 대저택처럼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 호텔 빌라 마리Villa Mari에 도착했을 때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페디먼트나 테라스 난간 등의 건축 양식, 노란색 테라코타가 입혀진 건물, 블루, 퍼플, 레드 등 파스텔컬러의 방, 잘 가꾸어진 정원,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가정집 같은 내추럴하면서 코지한 분위기의 빌라는 볼수록 사랑스럽다. 레스토랑에서는 신선한 지중해풍 요리를 즐길 수 있는데 특히 부야베스가 맛있다. 생선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흔쾌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풍미가 살아 있다.
다음 날, 생트로페의 신화적인 호텔 중 한 곳이라는 항구 앞에 위치한 라퐁슈 호텔로 향했다. 어부들이 살던 집과 그들이 드나들던 바가 있던 5채의 건물을 이어서 만든 5성급 호텔이다. 라 퐁슈의 안주인인 마담 둑스타인Duckstein이 우리를 반겼다. 핑크색 니트와 화이트 진, 진주 목걸이가 예사롭지 않다. 70세가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게 우아한 그녀가 자신의 집을 소개하듯 객실로 안내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 왔는데 어부들의 술집에서 피카소가 술을 마시던 모습을 봤어요. 어머니가 후에 이 술집을 사서 바 라 퐁슈Bar La Ponche라는 곳으로 이름을 바꿨죠. 그것이 바로 라 퐁슈 호텔의 전신이에요.”
과거 집의 틀을 그대로 거의 유지한 채 보수해서 만든 호텔은 럭셔리하면서도 아늑하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첫날밤을 보낸 호텔이자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자주 머물던 호텔로도 유명하다. 사강은 이 호텔이 너무 마음에 들어 호텔 건너편 아파트에 집을 얻었을 정도다. 사강이 머물던 방의 창문을 열면 코발트빛 지중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왜 그녀가 이 호텔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각 객실들은 타일 바닥에 하얀색 리넨, 신선한 꽃으로 장식돼 있고, 이곳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수채화가 걸려 있는데, 마담 둑스타인의 전남편 자크 코디Jacques Cordie의 작품이라고. 부둣가의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신선한 로컬 해산물과 프랑스 와인을 마실 수 있다.
호텔 마 드 샤스텔라Mas de Chastelas도 아티스트와 프랑스 지식인, 배우들이 사랑했던 호텔 중 한 곳이다. 카트린 드뇌브와 제라르 드 파르디외가 출연한 영화 <Je Vous Aime>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세르주 갱스부르는 이 호텔에서 아내 제인 버킨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했다. 호텔 로비 테이블 위에는 1977년 갱스부르 가족이 여름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놓여 있다. 클래식한 프랑스 스타일, 현대적인 이탈리아 스타일, 토스카나 스타일 등 다양한 분위기의 객실이 있다. 생트로페의 호텔들은 대부분 휴가가 끝난 10월부터 4월까지는 문을 닫는다. 그래서 10월 이후에는 무엇을 하냐고 물으니 호텔 매니저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답한다. “다음 여름을 준비해야죠.”
항구 뒤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화려한 휴양지의 이면과 다른 정감이 느껴진다. 화사한 여인처럼 해사한 빛을 발하는 파스텔 톤의 집과 알록달록한 꽃과 푸른 나무,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만드는 풍경은 아름답다는 말로 부족하다.
타박타박 생트로페 산책
호화로운 요트, 럭셔리한 호텔과 글래머러스한 부티크, 길거리에 세워진 럭셔리 카, 페도라에 빌브레퀸의 쇼트 팬츠를 입은 어린 소년들에게도 간지가 줄줄 흐를 정도로 생트로페는 고급스러운 휴양지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생트로페 특유의 편안함과 아늑함 때문일 것이다. 항구 뒤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화려한 휴양지의 이면과 다른 정감이 느껴진다. 화사한 여인처럼 해사한 빛을 발하는 파스텔 톤 항구 뒤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화려한 휴양지의 이면과 다른 정감이 느껴진다. 화사한 여인처럼 해사한 빛을 발하는 파스텔 톤의 집과 알록달록한 꽃과 푸른 나무,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만드는 풍경은 아름답다는 말로 부족하다.의 집과 알록달록한 꽃과 푸른 나무,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만드는 풍경은 아름답다는 말로 부족하다. 아기자기하면서 여유롭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하다. 에르메스, 샤넬, 발렌티노, 루이 비통 명품 숍들이 늘어선 거리조차 일반적인 명품 거리의 풍경과 다르다. 파스텔 톤의 낮은 건물 하나에 들어선 숍에서는 여느 명품 숍처럼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마을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작은 광장과 만난다. 주민들의 만남의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세Lice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페탕크Petanque(번갈아가며 금속 공을 작은 공 가까이로 굴리는 게임)를 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근처 바에서 공을 빌려서 직접 게임을 할 수도 있다.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플리마켓도 열린다. 걷다 지치면 노천 카페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한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스타일리시한 여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생트로페를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1시간짜리 요트 투어를 나서자. 배를 타면 가이드로부터 브리지트 바르도 외에 잭 니콜슨, 믹 재거,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비욘세, 엘튼 존, 패리스 힐튼, 앤 해서웨이 등 이 도시에 얼마나 많은 스타들이 머물렀는지, 얼마나 많은 부자들이 별장을 짓고 사는지 등 수많은 유명인의 이름을 귀가 아프게 들을 수 있다.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브리지트 바르도의 집, LVMH의 아르노 회장 집, 하겐다즈 회장 집 등 유명인의 집과 별장이 어디에 있나 알아맞히는 게임 같은 것을 해도 재미있다. 셀카봉을 준비해왔다면 멀리 보이는 그림같은 집과 화려한 요트,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셀피를 찍는 것도 좋겠다.
산책자라면 시타델Citadel은 반드시 올라가봐야 할 스폿이다.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15분 정도 올라가면 마을과 지중해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바닷가 앞, 언덕 아래에는 작은 묘지가 있는데 그 전망이 너무 아름다워 묘지 안에 잠든 사람조차 부러워질 정도다. 성채 안에는 해양역사박물관이 있다. 17세기 요새 건축물 일부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생트로페 연안에서 발견된 고고학 유물과 항해 도구, 배 모형과 함께 해양 역사, 항해사와 바다를 기반으로 살았던 생트로페 사람들의 활약상을 살필 수 있다.
남프랑스에 와서 미술관 관람을 빼놓을 수는 없다. 라농시아드 미술관Musee de L’Annonciade은 1890년부터 1950년까지 유럽 예술가들의 회화와 조각품을 전시한 곳으로 이곳에 살면서 그림을 그린 폴 시냑의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폴 시냑 외에 마티스, 보나르, 모리스 위트릴로, 라울 뒤피 등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생트로페의 밤은 낮과 또 다르게 매혹적이다. 최고의 휴양지답게 밤 문화가 화려하다. 늦은 밤에도 대낮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천 레스토랑과 바에서 저녁 식사와 와인을 즐긴다. 빛바랜 노란색, 분홍색 집들과 올리브 나무, 작은 벤치는 가로등 불빛을 받아 몽환적이다.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바 르 디 뱅Le Dit Vin 앞에는 맥주와 로제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칵테일을 한잔하려면 르 고리Le Gorille가 이상적이다. 항구를 바라보고 있어 개인 요트가 없이도 바다 위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호텔 비블로스The Byblos 안에 있는 레 카브 뒤 루아Les Caves du Roy는 생트로페에서 가장 좋은 나이트클럽으로 정평이 나 있다. 드레스를 입고 그 안에 들어가면 샴페인 한 병을 마시는데 최소한 3백유로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하지만 가장 생트로페다운 곳은 부둣가다. 별빛에 반사된 밤바다는 고흐의 그림처럼 낭만적이다. 라 퐁슈의 바에 앉아 로제 와인을 마시며 생각했다. 언젠가 이곳에 다시 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휴가를 보내겠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나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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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ing There
칸이나 생트로페까지 직항편은 없다. 에어프랑스를 이용해 파리를 경유, 니스까지 간 후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하면 편리하다. 칸은 니스국제공항에서 30분 거리, 생트로페는 칸에서 서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다.
FLIGHT
에어프랑스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일반적인 이코노미 좌석보다 40퍼센트 넓은 공간으로 뒷좌석 승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뒤로 젖힐 수 있다. 여기에 랑방 로션이 들어간 여행용 키트, 생수, 양모 담요와 깃털 베개가 나와 장시간 비행에 불편함이 없다. 인천-파리 노선에는 한국인 기내 통역원이 탑승해, 국내 이용자의 기내 서비스는 물론 원활한 환승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