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가 탄생한 곳, 코도르뉴

조회 수 7066 추천 수 1 2015.05.12 17:45:23
                                                                                         카바가 탄생한 곳, 코도르뉴

스페인의 발포성 와인인 카바의 고향은 바르셀로나 주의 작은 마을인 산 사두르니 다노이아다.
이곳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가 있다.


모던한 와이너리
가우디와 함께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로 손꼽히는 조세프 푸이그 이 카다팔치가 건축을 맡았다. 아름답다.

HISTORY 1551년
TYPE 카바(스페인 발포성 와인)
FACILITIES 셀러 그랑 뮤지엄 및 와이너리, 코도르뉴가 저택, 와인 숍
PROGRAM 기본 투어 성인 9유로(1시간 30분 소요), 와인 & 음식 투어 성인 14유로부터, 카바 테이스팅 코스 46유로부터
OPEN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토, 일요일, 공휴일 오전 9시~오후 3시
HOW TO GO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40분 거리, 매일 오전 9시 셔틀버스 운행
LOCATION Passeig Can Codorniu, 8 08770 Sant Sadurni d’Anoia, Barcelona
TEL +34-938-913-342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와인 생산지로 손꼽힌다. 포도 재배 면적이 무려 11만 헥타르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와인을 빚어온 역사 또한 깊다. 기원전 1000년 전 청동기 시대부터 페니키아인들이 포도밭을 일궜고 로마 시대에 본격적인 와인 생산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화려한 타이틀을 갖췄는데도 한국에서 스페인 와인의 위상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 점이 의아했다. 베를린에서 잠깐 머물던 시절 집 앞에 있던 백화점 와인 섹션 코너에서 스페인 와인을 종종 사 마셨다. 10~20유로만으로 꽤 근사한 품질의 와인을 마실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스페인 와인 주간’과 같은 행사를 할 때면 매일같이 들러 새로운 와인을 한 병씩 챙겨 올 정도였다. “그래서예요. 유럽 내에서 많은 양이 소진되다보니 멀리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스페인에 한국인 여행자들이 부쩍 늘었고 서울 곳곳에 스페인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어요. 스페인의 와인메이커들도 한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요.” 상냥한 미소를 담뿍 담은 채 대답한 이 남자는 카를로스다. 그는 바르셀로나 출신의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인 코도르뉴에서 일한다. 카탈루냐 주의 음식과 와인을 깊숙이 체험하기 위해 그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그가 가장 먼저 추천한 것은 카바를 마시는 것이었다. “자, 바르셀로나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축배부터 들어야죠?”

카바 역사 박물관
고성 혹은 위세 높은 성당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 코도르뉴의 카바 생산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브루노 콜로머
코도르뉴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브루노 콜로머. 포도 재배부터 생산 과정, 카바의 맛까지 모두 꼼꼼히 관리한다.

카탈루냐는 카바를 마신다

예전엔 축배를 들 일이 있으면 자동적으로 샴페인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때와 장소, 분위기, 주머니 사정에 알맞은 ‘스파클링 와인’을 고른다. 대부분의 와인 생산국들이 각기 다른 이름과 제조 방식의 발포성 와인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는 샴페인 말고도 그 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크라망Cremant이 있고 독일에는 젝트Sekt, 이탈리아에는 스푸만테Spumante, 남아프리카에는 캡 클라시크Cap Classique가 있다. 그렇다면 스페인에는? 카바가 있다. 최근 국내에 카바를 즐길 수 있는 바와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카바는 일단 가격 면에서 큰 기쁨을 안긴다. 바에서 샴페인을 주문하면 최소 8만원이 필요하지만 카바를 선택하면 5만원에도 마실 수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맛과 향은 떨어지지 않는다. 거친 탄산과 단맛만이 맴도는 싸구려 스파클링 와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카바는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든요. 1차 발효된 와인을 대형 탱크가 아닌 병 속에 담아 2차 발효를 시키는 거예요. 1986년 상파뉴가 ‘원산지 보호법’을 유럽 연합에 제소하기 전엔 카바도 샴페인이었던 거죠. 카바가 탄생한 곳은 다름 아닌 카를로스가 일하는 코도르뉴 와이너리다. 코도르뉴 와이너리는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20분만 달리면 만나는 작은 마을 산 사두르니 다노이아에 위치한다. 와이너리에 들어서자 범상치 않은 메인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우디와 함께 ‘카탈란 모더니즘 건축’을 이끌었던 건축가 조세프 푸이그 이 카타팔치Josep Puig i Catafalch가 설계한 것이다. 내부는 더욱 놀랍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아치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오래된 교회를 현대적으로 재단장한 느낌을 준다. 이 건물은 와이너리를 방문한 이들이 가장 먼저 들러야 하는 방문자 센터다. 와이너리 투어를 총괄하는 빈센츠를 만났다. “몰랐겠지만 FC 바르셀로나 홈구장과 가우디의 성 가족 성당에 이어 바르셀로나에서 세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곳이에요. 코도르뉴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예요. 1551년에 문을 열었고 1872년 오너였던 호세프 라벤토스가 스페인에서 최초로 카바를 만들었죠.” 그 당시에는 샴페인으로 불렸을 카바는 샴페인의 제작 방식과 똑같이 만들었지만 맛은 달랐다고 한다. 스페인의 토종 포도인 마카베오Macabeo, 사렐로Xarel-lo, 그리고 파레야다Parellada를 블렌딩했기 때문이다. 이 3가지 포도는 이스트, 비스킷 향에 이어 신선한 포도 향과 약간의 사과 향을 머금고 있다. 이들이 어우러져 상큼하면서도 균형 잡힌 맛을 내며 스페인에서 부동의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코도르뉴가 매년 생산해내는 카바의 양은 연간 6000만 병. 와이너리의 지하 저장고에 가면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다. 무려 3억 병의 카바가 저장되어 있는데 이 저장고의 길이만 30킬로미터에 달해 전통 트램을 타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다.

안나를 기념한 브랜드
코도르뉴 가문의 마지막 상속녀인 ‘안나’를 기념한 대표 브랜드.

와이너리 총괄 담당자
와이너리 투어를 함께한 투어 총괄 담당자 빈센츠와 카를로스.

카탈루냐 지방의 디저트
카바를 곁들인 타파스 런치 중 맛본 카탈루냐 지방의 디저트들. 카바와 잘 어울린다.

카바와 타파스의 마리아주

와이너리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테이스팅이다. 기본 투어는 프리미엄 라벨의 2가지 와인을 맛보는 것으로 간단히 끝나지만 좀 더 특별하게 음식을 곁들이는 테이스팅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카바를 식전주나 특별한 날에 마시는 축배주로만 한정 짓지 않고 평소에도 즐겨 마셔요. 그래서 카바와 음식의 마리아주 또한 중요하죠.” 우리는 과거 코도르뉴 가문이 살았다던 대저택으로 향했다. 이곳에 마련된 응접실에는 총 6가지 와인과 7가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주방에서 정성들여 만든 타파스였다. “우린 타파스를 사랑해요. 카바와 타파스는 잘 어울려요. 각기 다른 음식에 꼭 맞는 카바를 찾았을 때의 행복감이란. 음.” 타파스 런치에 함께한 코도르뉴의 수석 와인메이커 브루노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바게트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짭조름한 안초비와 레드 페퍼를 올린 몬타디도스Montadidos, 달콤한 햄에 크림 치즈를 넣고 돌돌 만 플라멘퀴네스Flamenquines, 최상급 도토리만 먹여 키운 돼지의 넓적다리 살을 발라낸 이베리코 하몬 등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웠다. 6가지 와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란 리제르바 그란 코도르뉴. 30개월 이상 병 숙성을 거친 후 출고된 프리미엄 카바다. “신선하고 복합적인 꽃과 과일 향이 나죠. 굉장히 우아한 와인이에요.” 브루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입 안 가득 보드랍게 퍼지는 카바의 맛과 향을 음미했다.

CHECK! 와인 테이스팅을 위한 기본 지식

보데가Bodega 와이너리
틴토Tinto 붉은색, 즉 레드 와인.
비안코Bianco 흰색. 즉 화이트 와인.
크리안자Crianza 오크 통에서 최소 6개월 , 병입 후 2년간 숙성시킨 와인.
레세르바Reserva 오크 통에서 최소 12개월, 병입 후 3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 오크 통에서 최소 18개월, 병입 후 5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브루트Brut 드라이한 맛.
섹Sec 당도 17~35그램의 보통 감미.
데미 섹DemiSec 당도 약 35~50그램의 상당한 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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