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평론가 김윤식 교수
‘현대문학’ ‘문학사상’ 특집
“비평은 교묘하게 칭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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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꾸준히 읽고 평을 쓰는 김윤식 교수. “좋은 작품을 가리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문학>과 <문학사상>은 양대 문학 월간지로 꼽힌다. 1955년과 1972년에 창간되어 각각 통권 736호와 522호를 기록한 두 잡지 4월호가 약속이나 한 듯 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80·서울대 명예교수)을 비중 있게 다룬 것은 그러므로 예삿일이 아니다. <문학사상>은 김 교수를 커버 스토리 주인공 삼아 김 교수 자신의 글 ‘비평가로서의 나의 삶’과 제자이기도 한 정호웅 홍익대 교수의 글 ‘두려운 모범-김윤식 선생의 글쓰기 60년’으로 꾸몄고, <현대문학>은 ‘이 땅에 태어나 살고 사랑했다’라는 김 교수의 연재 첫회분을 실었다.

두 잡지에 쓴 김 교수의 글들이 회고의 느낌을 주는 것은 지난해 9~12월 한국현대문학관에서 열린 ‘김윤식 저서 특별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팔순을 기념해 열린 이 전시에는 김 교수가 쓴 책들과 육필 원고, 일기, 메모집 등이 나왔다. 전시에 즈음해 역시 제자인 윤대석 서울대 교수가 정리한 목록에 따르면 김 교수의 책은 단독 저서 148권, 공저서·편저서 41권, 번역서 6권, 교과서 9종에 이른다. 전시 도록의 인사말에서 김 교수는 “남의 글을 열심히 읽고 그것을 쓰고 가르치기”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었으며 “그 때문에 삶을 온통 탕진했다”고 썼다. 회한의 어조는 아니었다. 전시 개회식 연설에서는 “팔순 잔치를 특별 전시회로 했다는 점에서 나는 단연 행운아”라고 말했다. <현대문학> 연재는 바로 이 특별전 이야기로 시작한다.

“<현대문학>은 1962년 내가 평론가로 추천을 받은 곳입니다. 비평가 중에서는 아마도 내가 그 잡지에 글을 가장 많이 썼을 거요. 그런 점에서 나를 키워낸 곳이라 할 수 있지. <문학사상>은 이어령씨가 시작한 잡지요. 내 책 <이광수와 그의 시대>를 그곳에 연재했죠. 워낙 방대한 분량인데, 기한을 정하지 않고 쓰고 싶은 만큼 쓰라고 합디다. 그 일을 잊지 못합니다.”

30일 오후 서울 서빙고동 자택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제자인 문학평론가 정홍수 강출판사 대표가 동행했다.

“다른 도리가 없었어요. 남의 글을 읽고 쓰는 것밖에. 그러느라고 제 글은 전혀 못 썼지.”

김 교수의 글이 처음 활자화한 것은 대학 신입생이던 1955년 <대학신문>에 실린 산문 ‘밤바다’였다. 고교 시절에는 시도 썼고 소설로 신춘문예에 응모하기도 했던 그는 대학과 대학원을 거치면서 창작을 포기하고 문학 연구와 평론으로 방향을 튼다. 그렇게 남의 글을 읽고 쓰는 일로 보낸 60년 세월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단순하고 건조했다. 그 대답을 받아, 그 자신 평론을 쓰는 제자 정홍수 대표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비평은 창작 글쓰기에는 못 미치는 것입니까?”

 “물론! 남의 글을 교묘하게 칭찬하는 게 비평이지. 서머싯 몸이 말했어. 창작이 자기 능력이 아니라는 걸 아는 이 아니고는 위대한 비평가가 될 수 없다고.”

그런 점에서 김 교수의 비평관은 매우 겸손하다. 비평은 작품을 칭찬해야지 이렇다 저렇다 훈수를 두거나 지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 1970년대 초부터 40년 넘게 소설 월평을 써 온 저력이 이런 너그러움에 있는 것 아니었을까. <문학사상>에 연재하던 월평은 올해부터 그만두었지만 그렇다고 읽고 쓰기를 그만둘 수는 없는 법. 한 달 단위가 아니라 계절 단위로 폭을 넓혀 계간평으로 이어 갈 생각이다.

“소설 속에 현실이 있고 그게 실제 현실보다 더 순수하다는 게 내 생각이에요. 최근 우리 소설은 다양하게 변했어요. 그중에는 마음에 안 드는 변화도 있지요. 그러나 작가들을 존중해야 하니까 평론에서 그런 점을 크게 지적하지는 않아요.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문학사상>에 쓴 글에서 김 교수는 ‘문학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컴퓨터 바둑 기사 알파고와 역시 컴퓨터가 썼다는 일본 소설을 근거로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문학은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독자 수가 주는 것과 무관하게 문학은 영원할 거예요. 소설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거요. 어쨌든 작가는 써야 하고 비평가는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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