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서 확인…"한일 회화 교류사의 중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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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노부와 요시노군도 병풍. 가로 408㎝, 세로 170㎝.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왕실이 일본에 보낸 조선통신사가 18세기 에도(江戶) 막부로부터 받은 '금병풍' 3점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됐다.

정미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에 있던 일본 병풍 3점과 에도 막부가 조선 국왕에게 증정한 금병풍에 대한 기록을

대조해 그 화제(畵題)와 장황의 특징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는 "일본은 주변국과의 외교에서 금병풍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조선통신사가 받아온 많은 그림 가운데 백미가 막부의

쇼군(將軍)이 조선에 보내는 금병풍이었다"고 설명했다.

금병풍(金屛風)은 그림의 일부를 금칠한 병풍으로, 에도 막부는 임진왜란 이후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차례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에 200여 점의 금병풍을 선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재가 파악된 작품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부용안도 병풍'(芙蓉雁圖屛風) 1쌍과 '모란도 병풍'(牡丹圖屛風)

 1점 등 3점뿐이었고, 이번에 3점이 추가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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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가 제례도 병풍. 가로 408㎝, 세로 170㎝.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에 발견된 금병풍은 1764년 제11차 갑신사행 때 받은 '다다노부와 요시노군도 병풍'(忠信吉野軍圖屛風)과 '가스가 제례도

병풍'(春日祭圖屛風), 1711년 제8차 신묘사행 때 가져온 '진제이 하치로도 병풍'(鎭西八郞圖屛風)이다.

'다다노부와 요시노군도 병풍'은 가노 단린(狩野探林)의 작품으로 12세기 무장인 미나모토 요시쓰네(源義經)를 승병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사토 다다노부(佐藤忠信)의 일화를 묘사했다.

이에 대해 정 연구사는 "유교의 충(忠)을 강조한 병풍으로, 신묘사행 당시 조선통신사의 의전을 책임진 아라이 하쿠세키

(新井白石)가 일본인들이 무(武)만 숭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단은 회화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가노 도주(狩野同壽)가 그린 '가스가 제례도 병풍'은 나라(奈良)의 유서 깊은 사찰인 고후쿠지(興福寺)와 가스가 신사에서

거행된 제례를 표현했다.

정 연구사는 "다다노부 병풍과 가스가 병풍, 국립고궁박물관의 모란도 병풍은 모두 오른쪽 하단에 화가의 호와 그림 도(圖) 자를

결합한 서명, 화가의 이름을 새긴 인장이 있다"며 "이는 갑신사행 금병풍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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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이 하치로도 병풍. 가로 378㎝, 세로 166㎝.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진제이 하치로도 병풍'은 가노 류세쓰(狩野柳雪)의 작품이다. 12세기 후반에 가마쿠라(鎌倉) 막부를 세운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賴朝)의 숙부가 일본 남부의 섬인 규슈를 평정하고 '진제이 하치로'라는 별칭을 얻은 고사를 담았다.

이들 세 금병풍은 1909년 각각 '인계'와 '구입'이라는 절차를 거쳐 박물관 소장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관리카드에는 '다다노부와 요시노군도 병풍'과 '가스가 제례도 병풍'은 박물관 용도과에서 인계했고, '진제이 하치로도 병풍'은

대한제국 황실이 '이포용'(李布庸)이라는 인물 혹은 기관으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정 연구사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금병풍은 창덕궁에서 전해온 서화지만, 국립중앙박물관 금병풍은 외부에 유출됐던 것

같다"며 "부용안도 병풍과 모란도 병풍은 조선인에게도 친숙한 기러기와 목련을 그린 그림인 반면, 다다노부 병풍 등은 익숙하지

않은 이국의 경치와 풍습이 묘사돼 궁중에서 활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의 금병풍은 보존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한일 회화 교류사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사가 금병풍 3점의 의미와 소장 경위를 분석한 논문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내는 학술지 '미술자료' 제91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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