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조선산악회 주도로 1947년 8월 전문가 80여명 답사
송석하·홍종인·방종현 등 포함
답사 동행한 故 남행수씨 사진, 정병준 梨大 교수가 본지에 공개


1947년 광복 후 첫 울릉도·독도 대규모 학술 조사 당시 촬영한 독도 강치(바다사자) 사진이 발견됐다.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한국현대사)는 11일 "조선산악회의 울릉도·독도 학술조사 당시 촬영한 독도 강치 사진을 찾았다"며 자료를 공개했다. 정 교수가 입수한 자료는 조사단에 참석했던 남행수(1917~1997)씨가 최재일 한국산악회 경남지부장에게 준 자료 등 당시 사진 20여 점이다. 남씨가 독도 강치 새끼를 들고 있는 사진, 갑판에 독도 강치 3마리가 누워있는 사진과 독도 답사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1947년 8월 20일에 촬영했다. 남씨는 사진을 붙여둔 앨범에 '독도에서 해구(海狗·물개)를 들고'라고 썼다. '해구'는 독도 강치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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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8월 20일‘울릉도·독도 학술 조사’에 동행한 조선산악회 회원 남행수씨가 독도에서 강치 새끼를 들어올리고 있다. 과도정부는 조선산악회와 함께 광복 후 첫 울릉도·독도 학술 조사를 진행했다. /정병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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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8월 20일‘울릉도·독도 학술 조사’에 동행한 조선산악회 회원 남행수씨가 독도에서 강치 새끼를 들어올리고 있다. 과도정부는 조선산악회와 함께 광복 후 첫 울릉도·독도 학술 조사를 진행했다. /정병준 교수
독도 삼형제굴바위를 배경으로 조선산악회 경남지부 김재문(오른쪽에서 첫째)씨 등이 찍힌 사진.

광복 후 한국 사회의 독도에 대한 관심은 컸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인 1947년 8월 남조선 과도정부와 조선산악회(후신 대한산악회)가 공동으로 '울릉도·독도 학술 조사대'를 구성했다. 민세 안재홍이 행정 최고 책임자인 민정장관으로 있던 과도정부의 공식 사업이었다. 조선산악회 회장인 민속학자 송석하가 대장을, 홍종인 조선일보 편집고문이 부대장을 맡았다. 국어학자 방종현, 고고학자 김원용, '나비 박사' 석주명, 역사학자 신석호 등 당대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번에 확인된 사진을 보관해온 남행수씨와 김재문씨는 조선산악회 소속 회원 80여명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학술 조사대의 답사 실무를 담당했다.

조사대는 8월 20일 울릉도 도동항을 거쳐 독도를 찾았다. 한나절 동안 동식물 표본 채집, 지형 측량,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독도의 실태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독도 강치도 발견했다. 방종현은 1947년 경성대 예과 신문에 실은 답사기 '독도의 하루'에서 "물개처럼 보이는 바다사자의 고기 맛은 돼지고기에 가깝고, 모피는 매우 반지르르하여 사용할 만했다"고 썼다. 이번 사진은 글로만 전해졌던 당시 학술 조사 과정을 사진으로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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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답사 의외! 해구발견”이라고 보도한 1947년 8월23일 본지 기사. /조선일보 DB
조선산악회는 1947년 학술 조사를 마치고 같은 해 11월 서울 동화백화점과 12월 부산일보사 등에서 '보고전람회'를 열었다. 사진 300여점을 전시했는데, 전시 기간 중 8만5000여명가량이 독도 사진을 보기 위해 전람회를 찾았다고 알려졌다. 정 교수는 "당시에도 독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는 증거"라며 "이번에 확인한 사진 중 일부는 당시 전람회에 전시됐던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재일 한국산악회 경남지부장 집에서 남행수씨가 남긴 사진 자료를 찾았고, 부산산악포럼을 통해 김재문씨가 부산MBC에 기증했던 당시 사진을 구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홈페이지에 정 교수가 제공한 1947년 울릉도·독도 학술 조사대 사진을 올렸지만 강치 사진은 빼놓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확인이 끝나는 대로 사진을 마저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보관해 온 최재일씨는 한국산악박물관에 영구 위탁 방식으로 자료를 기증할 계획이다.


☞독도 강치

바다사자의 일종으로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독도 등 동해안 일대에 수만 마리가 서식했다. 수컷은 길이가 2.5m가 넘기도 했다. 1905년 독도가 시마네현으로 강제 병합된 이후 일본인들이 남획하며 개체 수가 급감했다. 1904년부터 1911년까지 1만2000여마리를 잡았다는 기록도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1950년대 이후 신뢰할 수 있는 목격 사례가 없다며 1994년 독도 강치가 멸종했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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