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아 첫 시집 ‘시 한 송이 피워Growing a flower of poetry’ 출간
입력일자: 2015-09-14 (월)
흙이 오라고 하네
문들이 닫혀 아픔을 볼 수 없기 전에
굴뚝이 막혀 가슴이 아려오기 전에
맷돌질하는 자들이 사라져 허기진 배 채우기 전에
기둥이 구부러져 바람 따라 사라지기 전에
새들의 노랫소리 들을 수 없어 따로국밥 되기 전에
고목나무에 백발이 내려앉을 즈음
흙이 친구 되어준다네
<‘흙이 부르네’ 전문>
시 창작교실 ‘시와 시인’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경정아 시인이 첫 시집 ‘시 한 송이 피워’ (시문학사)를 출간했다.
암 투병으로 한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경정아 시인은 사선을 넘나드는 생명체험의 아픔을 희망과 기쁨의 기도로 승화시켜 이 시집에 담았다. 또한 삭막한 이민의 삶에서 노래하는 향수와 가족에의 그리움, 사랑과 자연의 화음도 들을 수 있다.
5부로 나눠 수록한 시 60편을 모두 영시로 번역하여 함께 실은 이 시집은 이길원 전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이 책머리 글을, 김문희 시인이 추천사를 썼다.
이형권 교수(충남대)는 해설에서 “경정아 시인에게 시는 육신의 질병을 극복하기위해 마음의 고통을 성찰하거나 치유하는 매개적 기능을 수행한다. 시인은 시와 생명, 시와 삶을 일치시킴으로써 시를 통해 인생에 대한 보다 깊은 사유와 절실한 감각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시는 삶을 위대하게 하고 삶은 시를 풍요롭게 한다’는 시적 진실을 깨닫는 일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시집 출판기념회는 29일 오후 6시30분 작가의 집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