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우리 민요 아리랑을 서양식 오선지에 기록한 최초의 악보가 확인됐습니다.
미국인이면서 우리 독립운동에도 이바지했던 한 선교사가 129년 전 친필로 기록한 악보입니다.
유동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1886년 영어 교사로 조선에 온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
그해 10월 17일 미국에 있는 여동생에게 쓴 편지입니다.
전날 옆집에서 조선 아이들이 부른 노래를 소개하는 글과 함께 오선지 악보를 적어 놓았습니다.
함께 적힌 가사는 현재와는 조금 다른 '아라렁 아라렁 아라디오'.
<녹취> "아라렁 아라렁 아라리오"
악보대로 연주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랑이 맞습니다.
기존에 알려졌던 최초의 악보는 헐버트가 1896년 영문 잡지에 기고했던 인쇄본이었는데, 이번 친필 악보는 이보다도
10년이 앞선 것입니다.
또 '아리랑'이라는 후렴구가 129년 전에는 다른 형태였을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인터뷰> 김연갑(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 : "50년 후에 미국인이 기록한 것에는 '아디동'이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이 사람의 오기가 아니라, '이 시기에는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불렀을 수도 있다.' 이것은 앞으로 연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서양에 아리랑을 처음 알린 헐버트의 친필 편지는 현재 국내에 마이크로필름으로만 남은 채 원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