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의 고백으로, 폴란드 땅굴 속 열차 위치 찾았다
황금·다이아몬드 300t 실려… 나치, 산악지대 터널에 숨겨
당시 작전 참여 노인이 증언
폴란드 정부 열차 공식 확인 "보물 소유주에게 반환할 것"
독일 나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화물 수송 등에 사용했던 열차 모습. 독일 나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화물 수송 등에 사용했던 열차 모습. /비즈니스 인사이더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어느 날, 폴란드를 점령 중이던 독일 나치는 남부 도시 브로츠와프에서 열차 한 대를 출발시켰다. 동부전선으로 진격해 온 소련군이 바르샤바에 입성하며 나치의 숨통을 조여오던 무렵이었다. 목적지는 브로츠와프에서 약 80㎞ 떨어진 산악 탄광 마을 바우브지흐였다. 열차에는 약 300t에 달하는 황금과 다이아몬드, 값비싼 예술품 등이 실려 있었다. 나치가 전쟁 중 점령지에서 끌어모은 귀중품을 어디론가 빼돌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열차는 예정된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고 중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종전 후 이 땅은 폴란드로 귀속됐지만, 열차의 행방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나치가 2차대전 중 연합군의 공격을 피해 군수품을 생산·수송하려는 목적으로 산악 지대에 터널을 거미줄처럼 매우 복잡한 구조로 건설한 데다, 열차를 터널에 숨기고 입구를 봉쇄해 버렸기 때문이다. BBC 방송은 "나치가 수용소 포로를 동원해 지하 9㎞에 터널을 건설했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발견돼 관광객에게 개방되기도 했지만 '황금 열차'는 지금껏 찾지 못했다. 바우브지흐 지역에선 고성(古城)인 크셩즈(Ksiaz) 부근 산속 터널에 나치의 '황금 열차'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다.
지난 수십년간 탐험가들이 보물섬을 찾듯 사라진 열차 추적에 나섰지만, 모두 허사였다. 전설(傳說)이 되는 듯했던 이 이야기는 최근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일 독일인 1명과 폴란드인 1명이 바우브지흐시(市)에 "나치의 '황금 열차'를 발견했으며, 보물 가치의 10%를 사례금으로 주면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변호사를 통해 신고한 것이다. 사실 확인에 나선 폴란드의 표트르 주코프스키 문화부 차관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하를 뚫어볼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해 탐색한 결과, 산악 지대에서 길이 100m가 넘는 기갑 열차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례가 없던 사건"이라며 "보석과 예술품뿐 아니라 진귀한 문서가 가득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이 열차에 있는 보물의 값어치가 2억달러(약 2400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보도했다.
'황금 열차'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임종을 앞둔 한 노인의 고백 덕분이었다. 주코프스키 차관은 "죽어가던 한 노인이 침대에 누워 열차를 찾던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줬다"며 "그 노인은 열차를 지하에 숨기기 위한 나치의 작전에 참여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노인과 제보자 2명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황금 열차의 존재가 확인되자, 보물을 보려는 사람들이 바우브지흐로 몰려들고 있다. 주코프스키 차관은 "열차에서 보물이 확인되면, 제보자 두 명에게 10%를 보상하고, 고가품은 원래 소유주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역사가들은 나치가 폴란드에서만 약 8만점의 예술품을 약탈해 갔으며, 대부분은 유대인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열차 발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나치가 열차에 접근하는 통로에 폭발물을 매설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