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우리 집 베란다 창문이 깨졌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밤새 아파트를 흔드는 강한 바람에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쫘~악하고” 베란다 창문이 갈라졌고, 갈라진 유리파편이 내려앉기 시작했었다. 이번 15호 태풍 볼라벤에 위력도 대한했지만 다행이도 무사하다. 해마다 오는 태풍, 이름도 다양한데 어떻게 지어지는 걸까?
북태평양에서 발생하여 아시아 지역에 피해를 주는 태풍에 이름은 1999년까지는 괌에 있는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으나,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지역 14개국이 국가별로 10개씩 세계기상기구에 제출한 총140개의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140개 태풍이름은 5개조로 각 조당 28개로 구성되고, 각 조별로 순서대로 사용한다. 140개 이름을 다 사용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하며, 최악의 피해를 입힌 태풍의 이름은 퇴출되고 다른 이름으로 교체 된다.
태풍은 동시에 여러 개가 발생하기도 하여 태풍 예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1953년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 그 당시 호주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였는데, 예를 들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이 앤더슨이라면 “현재 앤더슨이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또는 “앤더슨이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라고 예보 했다.
1978년 이전에는 태풍에 여성의 이름만 사용했으나 각국 여성단체의 항의로 지금은 남성과 여성의 이름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태풍의 이름은 태풍이 순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아 보통은 연약한 이름들을 짓는다. 우리나라가 지은 태풍 이름에는 개미, 나리, 장미, 나비 등이 있고 북한에서는 기러기, 소나무, 도라지 이름 등을 내놓았다.
이번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은 라오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볼라웬 고원에서 따왔다고 한다. 라오스 고원은 해발 1천300m의 고원지역으로 우기와 건기의 영향을 받지 않아 토지가 비옥하다. 볼라벤은 2000년 제6호와 2005년 제23호 태풍의 이름으로 사용된 바 있다.
우리나라 역대 최악의 태풍 순위1위는 1959년 태풍 ‘사라’다. 태풍은 중심 기압이 낮을수록 강한 태풍으로 인지되는데 당시 부산에서 관측된 사라는 951.5hPa로 국내에선 아직까지 최고라고 한다. 2위는 2003년 ‘매미’로 당시 통영에서 954.0hPa이 측정됐으며, 3위는 2002년 태풍 ‘루사’였고, 2012년 대한민국을 휩쓴 태풍 ‘볼라벤’이 4위라고 한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태풍은 ‘팁’으로 최저 기압 870hPa로 1979년 10월 일본을 강타했다.
퇴출된 태풍이름 중 대체된 이름도 있다. '나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출된 이름으로 2005년 일본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 '독수리'로 교체됐다. 또 태풍 '매미'는 북한에서 지은 이름으로 2003년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켜 '무지개'로 바뀌었으며, '루사'는 말레이시아 이름으로 2002년 한반도에 상륙해 막대한 피해를 일으켜 '누리'로 대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