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금강 앵무새 알을 부화만 시키면 이익금을 다 줄게. 한 마리당 10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지난해 8월 버스기사 전모(58)씨는 앵무새 동호회에서 만난 최모(31)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홍금강 앵무새 알을 부화시켜 되팔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최씨는 "알을 계속 대줄테니 부화만 시켜달라"며 "홍금강 앵무새를 선호하는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팔아주겠다"고 꼬드겼다.
홍금강 앵무새는 멸종 위기 2급인 희귀 조류다. 머리가 빨갛고 깃털이 화려한 데다 영리해 조류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1마리당 최대 1000만원을 호가하는 '귀한 몸'이다.
전씨는 평소 앵무새에 관심이 있고 직접 길러봤던 터라 귀가 번쩍 뜨였다. 수중의 돈과 친인척들로부터 끌어모은 돈 그리고 대출까지 받아 홍금강 앵무새에 '올인(다걸기)'하기로 했다.
전씨는 최씨로부터 알 3000만원 어치(30알)와 부화기 '알콤(ALCOM)' 등을 1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건네받은 30개의 알은 무정란이었다. 그나마 딱 하나 부화된 알에서 병아리가 '삐약, 삐약"하며 고갤 내밀었다.
화가 난 전씨는 최씨와 '바람잡이' 역할을 한 신모(42)씨에게 항의했다. 항의를 받은 최씨 등은 해당 알은 수입업자로부터 건네받았다고 변명하면서 직접 해외에 나가 홍금강 앵무새를 몰래 들여오겠다고 전씨를 달랬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는 출국 검색이 허술하다. 우리나라는 테러 위험에 대비해 인화물질 등에 대한 검색은 철두철미하지만 동식물 검색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지난 3~4월 태국으로 출국한 최씨 등은 홍금강 앵무새 8마리를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염화비닐(PVC)재질 파이프통에 넣고 여행용 가방을 이용해 밀반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운반 도중 7마리가 질식사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1마리는 전씨에게 전달됐지만 사육 과정에서 폐사했다.
지난해 8월21일부터 올해 3월11일까지 알 부화기와 홍금강 앵무새 구입비용, 해외 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총 2억800만원을 최씨 등에게 건낸 전씨.
뒤늦게 대박의 꿈에서 깬 그의 수중에 남은 것은 홍금강 앵무새 한마리의 사체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