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엔 개를 굶겼다는데, 왜죠?
음력 1월15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은 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 즉 1월을 뜻하고 보름은 보름달이 뜨는 15일을 의미합니다.
음력 설이 지나고 뜨는 첫 보름달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날인거죠.
부럼을 깨먹고 한 해 풍년을 기원하며 보름달에 소원을 빌었던 정월대보름. 이날과 관련한 여러 재미난 속담들이 있다고 합니다.
정월대보름엔 개에게 먹이를 주면 여름에 파리가 꾀고 개가 여윈다는 속설 때문에 이날은 개를 굶긴다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속담은 '개 보름 쇠듯 한다'입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나 잘 먹고 지내야 할 날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무의미하게 지낸다 뜻을 가진 속담인데요.
진짜 개를 굶긴 이유는 개가 달을 잡아 먹는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민속학자들에 의하면, 옛날 사람들은 달과 개는 상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달의 기운이 충만해지는 정월대보름에는 여자들이 음의 기운을 받아야 하는데 이날 개가 음식을 먹으면 힘이 펄펄 나서 달을 먹을 것이기 때문에 개를 굶겼다고 합니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속담 들어보셨나요?
객지에 나간 사람은 설엔 부득이 집에 오지 못하더라도 보름엔 꼭 돌아와야 한다는 뜻의 속담입니다.
설에는 사정이 있어 집에 못 갔지만 보름(15일)정도 여유를 가지면 그 사정을 다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날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예(禮)를 다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정월대보름은 일년 중 농사 풍년을 소망하고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로 보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농사짓기가 시작됩니다. 보름까진 집에 가서 생계와 생존을 해결할 농사짓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죠.
보름인데도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않고 있으면 '철을 모르는 사람이요, 철이 없는 사람이요, 농사와 단절한 사람'이라고 해서 욕을 먹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철은 '농사철'을 의미합니다. 욕을 먹는 사람은 공동체에서 따돌림 받기도 쉬웠답니다.
이 밖에도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설은 눈이 많이 와야 좋고 대보름은 환한 달이 떠야 풍년이 들어서 좋다)', '보름에 풀밥할 놈이 나왔다(팥의 수확이 여의치 못할 때 불만스럽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유난히 농사와 관련된 속담이 많은 것은 정월대보름 이후 본격적인 한 해 농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보름달은 오후 5시55분에 뜨기 시작해서 23일 0시38분에 가장 높이 뜬다고 합니다.
비나 눈이 예보 돼 달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곤 하지만 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즐거운 정월대보름 보내세요.